주거 취약계층을 보호하겠다며 혈세를 투입한 주거급여 정책이 어설프게 이행되고 있다. 국토교통부가 지난해 주거급여 예산을 짜면서 수요예측 등을 정확하게 하지 않아 약 2540억원을 과다 책정한 것으로 드러났다.
최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가 공개한 결산 예비심사 검토 보고서에 따르면 국토부는 지난해 주거급여 예산으로 1조1073억원을 편성했고 이 중 8641억원은 지방자치단체에 주거급여로 사용토록 교부했다. 그러나 실제로 집행된 것은 7533억원이었고 집행률은 68%에 그쳤다. 총 2539억원이 사용되지 못했다.
주거급여는 주거가 불안정한 저소득층(소득 인정액 중위소득 43% 이하) 가구를 보호하기 위해 주택 임차료를 보조하거나 개보수 등을 지원하는 제도다. 국민기초생활보장법 개정에 따라 소관 부처가 지난해 7월 보건복지부에서 국토부로 변경됐다. 지급 대상도 중위소득 33%에서 43%까지, 월평균 급여액을 9만원에서 11만원으로 확대했다.
국토부는 집행 실적 부진 이유로 “지난해 1월부터 법률 개정이 시행될 것으로 보고 예산을 편성했는데 7월부터 시행됐다”며 “또 수급 요건을 충족하는 97만 가구가 모두 주거급여를 받을 것으로 보고 예산을 편성했는데 복지시설 거주, 소재불명 등으로 수급 자격이 있음에도 급여를 받지 못하는 가구가 다수 발생했다”고 해명했다.
국토부의 해명에도 부동산 전문가들은 ‘해명을 위한 해명’이라고 말한다. 지난해는 개편 제도를 시행한 첫 해였다 해도 주거급여 수급 가구가 당초 계획한 것의 약 83%에 불과했다는 것은 국토부가 준비 없이 제도를 실행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문제는 올해도 비슷한 일이 벌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올해 주거급여 예산 1조100억원 중 지자체의 5월 현재 실집행액은 40%에도 못 미치는 3981억원이다. 이 같은 추세가 이어진다면 올해도 9555억원 정도만 집행돼 545억원가량의 예산 불용이 발생할 수 있다. 내년에는 주거급여 예산이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주거급여 선정 기준을 올해 4인 가구 기준 189만원 이하에서 192만원 이하로 바꿔 지급 대상 가구가 늘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제도상의 문제점도 지적했다. 수급신청을 한 95만9000여 가구 중 7만9000여 가구(8%)는 지난해 수급권자였음에도 받지 못했다. 시민단체는 주거급여를 받아야 함에도 부양의무자 기준, 주거 등 재산의 과도한 소득 환산율 부과 등으로 수급신청 자체를 포기한 수급권자는 더 많을 것이라고 했다.
참여연대 관계자는 “주거 취약계층을 위한 주거급여의 사업 목적이 제대로 달성되려면 정부가 세밀하고 적극적인 집행 노력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서윤경 기자 y27k@kmib.co.kr 그래픽=박동민 기자
혈세 들인 주거지원 예산 어설픈 편성… 겉도는 정책
입력 2016-08-04 04: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