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영 대표 만들어 ‘반기문’과 함께 정권 재창출 갑시다.” “주호영을 뽑아야죠.”
3일 새누리당 전당대회 두 번째 합동 연설회의가 열린 전북 전주 화산체육관은 야당 텃밭이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영남 출신 후보 이름을 연호하는 목소리가 뜨거웠다.
32년 만에 전북에서 열린 합동연설회를 앞두고 체육관 앞에는 수십대의 관광버스가 줄지어 서 있었다. 굵은 빗방울이 떨어지는 날씨에도 호남과 제주를 비롯해 전국 각지에서 온 당원 3000여명은 연설회 시작 전부터 체육관을 가득 메웠다. 체육관 입구와 복도에는 각 후보 지지자들로 발 디딜 틈조차 없었다.
점퍼 차림으로 연단에 오른 이정현 의원은 호남 차별을 언급하며 “탯줄을 어디에 묻었느냐가 인사 기준이 되면 그게 정상적인 나라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의원은 이어 “버락 오바마를 미국 대통령으로 만든 미국 국민들은 인종차별을 넘는 위대한 일을 했기에 위대한 국민으로 평가받는다”며 “호남 출신 당대표를 뽑아주면 세상이 바뀐다”고 강조했다. 이 의원이 연설 말미에 밀짚모자를 쓰며 “바로 이런 모습으로 당대표를 365일 할 생각”이라고 하자 체육관이 떠나갈 정도의 함성이 터져 나왔다.
이주영 의원도 “지난번 창원 연설에서 영남 당원들이 호남 출신인 이정현 후보에게 아낌없는 박수를 보내줬듯 이번엔 영남 출신인 저를 위해 힘찬 박수를 보내 달라”고 호소해 열띤 박수를 받았다.
후보들은 잇달아 호남 민심을 겨냥한 장밋빛 공약을 내놓았다. 정병국 의원은 “지긋지긋한 지역주의를 타파하겠다”며 헌법 개정으로 중대선거구제와 권역별 석패율제를 도입해 호남 출신 새누리당 의원을 늘리겠다고 했다. 또 새만금 지구에 대한 규제 없는 특별지역 선정과 광주 아시아문화예술대학 설립 등을 공약했다.
‘원조 친박’ 한선교 의원은 “당대표가 되면 대통령을 만나 임기 안에 새만금 사업 완성시켜 달라고 첫 번째로 제안하겠다”고 했다. 주호영 의원은 “저는 적어도 3분의 1 이상 호남에 비례대표를 배정해야 된다고 본다”고 한 뒤 무안신공항 활성화와 국책 사업으로 지정된 광주 자동차 100만대 생산기지 추진 협력을 약속했다.
최고위원 정견 발표에서는 계파 간 열띤 공방이 오갔다. 친박계 조원진 의원은 첫 연사로 나와 “자꾸 (저보고) 친박 안 된다 얘기하시던데 친박 안 되고 호남 안 되고, 네 편 내 편 나누면 누가 박근혜정부 성공시키고 정권 재창출을 하겠느냐”고 했다. 또 비박계 후보에 대한 지원 의사를 밝힌 김무성 전 대표를 향해 “유력 대권 후보가 미는 후보가 당대표가 되면 다음 대선 경선이 공정하게 진행되겠느냐”며 “밖에서 그런 행위를 당장 그만두라”고 맹비난했다.
반면 비박계 강석호 의원은 공천 개입 정황이 담긴 녹취록 사건을 언급하며 “더 이상 이런 일이 없도록 재발방지 대책을 만들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
“호남 출신 여당 대표를 뽑아주면 세상 바뀐다”
입력 2016-08-03 17:36 수정 2016-08-03 20: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