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서울 강동구에 위치한 명일전통시장. 명일시장은 이곳 명물로 꼽히는 ‘순살코다리강정’을 먹기 위해 찾은 손님들로 북적였다. 코다리강정은 만들기 무섭게 팔려나갔다. 손님들은 코다리강정을 맛보며 인근 상점들을 둘러보고 다양한 상품을 구매했다.
40년 전통을 자랑하는 명일시장에 늘 손님이 많았던 것은 아니다. 2000년 초반까지만 해도 시장은 손님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그러다 2002년 이후 시장 주변에 대형마트 8개가 생겨나면서 손님들의 발길이 끊겼다. 상인들이 불친절한 데다 젊은이들이 원하는 제품이 많지 않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시장은 활기를 잃어갔다.
그러나 지난해 중소기업청과 소상공인진흥공단이 진행하는 ‘골목형 시장 육성사업’ 대상으로 선정되면서 시장은 다시 살아났다. 먼저 젊은 소비자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청춘마켓’이라는 공간을 만들었다. 강동구청은 벤처 육성 프로그램을 통해 심사한 5명의 40세 미만 청년 사업가를 선발했다. 상인회는 이들 외부 청년들에게 5개 점포를 1년간 무상으로 기꺼이 내줬다. 그러자 변화가 찾아왔다.
기존에는 없던 액세서리 공방, 수제 소시지, 오코노미야키(일본식 길거리음식) 등을 파는 곳이 생겨나면서 자연스럽게 젊은 소비자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하루 1000명 수준으로 떨어졌던 시장 방문객은 3000명 정도로 늘었다. 청춘마켓 청년사업가들은 월 평균 800만원의 매출을 기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러 상점의 음식을 담아 구성된 도시락도 명일시장의 대표 먹거리로 꼽힌다. ‘코다리강정 3종’과 ‘찰밥·전도시락’ ‘어린이도시락’ 등 종류도 다양하다. 지난달 출시된 도시락 가격은 1인당 5000원으로 비교적 저렴하다. 출시 한 달 만에 1000개가 팔렸다.
대형마트 고객 편의 서비스에 맞서 ‘가가호호 서비스’라는 배달 서비스도 도입했다. 2만원 이상 구매 고객이 원하면 직접 집까지 물건을 배달해준다. 배송 전담 인력 비용은 골목형 시장 육성 사업을 통해 90%까지 지원받는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한 홍보활동도 시작했다. IT 활용 전문 인력을 채용하고, 페이스북 명일전통시장 계정을 통해 우수 점포나 상품 특성 등을 적극 홍보하고 있다.
이러한 시장 변화는 매출로 이어졌다. 지난달 온누리상품권 사용량은 3000만원에서 약 6000만원까지 늘어났다. 윤여준 명일전통시장 상인회장은 “40년간 대화가 없는 시장이었는데 상인들의 인식 변화가 수익으로 이어지고 있다”며 “시장에 웃음꽃이 피었다”고 말했다.
허경구 기자 nine@kmib.co.kr
[전통시장을 가다 ③] “골목형시장 육성 덕에 매출 껑충 뛰었어요”
입력 2016-08-03 18: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