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소비자 관점에서 ‘의미 있는 혁신’을 적극 도입해 애플과의 경쟁에서 앞서나가겠다는 중장기 전략을 밝혔다. 부족한 부분은 외부의 힘을 빌려 빠르게 추진하고, 스마트폰뿐만 아니라 주변기기를 아우르는 ‘갤럭시 생태계’를 강화하겠다는 방침도 천명했다.
2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열린 갤럭시 노트7 언팩 행사는 소비자가 원하는 혁신적인 기능을 통해 애플과의 경쟁에서 승리하겠다는 선전포고 현장이었다.
무대에 오른 고동진 무선사업부 사장은 “스마트폰에 더 혁신할 게 있느냐는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도 있다”면서 “하지만 의미 있는 진보에 대한 우리의 믿음은 어느 때보다 강하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고 사장은 홍채인식, 방수·방진, 무선충전 등 애플이 아직 적용하지 못한 기술을 노트7에 넣었다는 걸 강조했다. 특히 단순히 기술을 과시하기 위함이 아니라 소비자의 목소리를 듣고 소비자가 원하는 혁신을 이뤄냈음을 역설했다.
삼성전자는 이날 언팩 행사에 가상현실(VR)을 적극 활용했다. 제품 공개, 서비스 설명 등에 VR을 등장시켰다. 기어VR도 시야각을 기존 96도에서 101도로 넓히고 외부기기도 연결할 수 있도록 업그레이드했다.
또 노트7의 기본 저장공간을 64GB로 단일화했다. 갤럭시S7은 32GB부터였는데 용량을 늘린 것이다. 애플도 아이폰7부터 저장공간을 늘린다는 이야기가 나오지만 삼성전자가 먼저 치고 나간 것이다.
고 사장에 이어 무대에 오른 저스틴 데니슨 제품전략 부사장은 노트7에 탑재된 S펜을 두고 “다른 어떤 회사처럼 우리는 중요한 혁신을 액세서리로 취급하지 않는다”면서 “S펜은 별도 구입할 필요도, 충전할 필요도 없다”고 말했다. 애플이 ‘애플펜슬’을 액세서리로 판매하고, 사용 전에 충전도 해야 하는 점을 꼬집은 것이다.
삼성전자는 이날 ‘삼성 클라우드’ 서비스를 공개했다. 애플·구글처럼 사진이나 사용자의 데이터를 자동으로 동기화해주는 클라우드 서비스다. 그동안 삼성전자가 제공하지 못해 약한 부분으로 꼽혔던 영역이다. 삼성전자가 6월 클라우드 업체 ‘조이언트’를 인수한 지 2개월 만에 관련 서비스를 출시한 것이다. 부족한 부분은 굳이 직접 하지 않고, 외부의 역량을 접목하겠다는 전략이다.
삼성전자는 노트7과 주변기기를 묶는 ‘폰플러스 전략’을 소개했다. 노트7과 기어VR, 기어360을 묶어 VR 생태계를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기어핏2와 아이콘X는 노트7과 연동해 삼성전자의 피트니스 생태계의 한 축을 담당한다. 갤럭시S7, 노트7 등 스마트폰을 중심에 두고 사용자들이 필요로 하는 영역의 기능을 갖춘 주변기기를 접목해 생활 속 혁신을 제공한다는 목표다.
주요 외신들도 이날 공개된 노트7에 긍정적인 평가를 내놨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헤드셋 단자가 없거나 모듈 형태의 과도한 발명을 포함시키지 않았다”면서 소비자 중심의 혁신에 무게를 둔 노트7을 칭찬했다.
뉴욕=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
삼성전자, 소비자 맞춤형 신형 병기로 애플에 선전포고
입력 2016-08-04 00: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