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가습기 살균제 사태’를 막으려면 화학제품을 농약처럼 엄격하게 규제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한국법제연구원은 3일 ‘가습기 살균제 등 화학제품 피해 재발 방지를 위한 법제 개선방향’ 보고서를 내고 인체에 유해할 수 있는 화학제품을 관리하는 데 허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화학물질이나 화학제품을 관리하는 현행법은 ‘화학물질의 등록 및 평가 등에 관한 법률(화평법)’ ‘농약관리법’ ‘약사법’ ‘식품위생법’ ‘품질경영 및 공산품안전관리법(품공법)’ 등이다.
여러 개의 법이 ‘그물망’을 치고 있지만 빈틈은 있다. 살균이나 항균 기능이 있는 제품이지만 원료 물질이 유해화학물질로 고시되지 않았다면 화평법의 규제를 피할 수 있다. 사용할 때 외부환경에서 화학반응을 일으켜 유해물질로 변질될 수 있는 화학제품이라도 인체에 직접 쓰지 않는 제품이라면 일반 공산품으로 분류돼 상대적으로 느슨한 품공법에 따라 관리된다. 이 경우 시장에 제품을 출시하기 전에 자율규제만 거친다.
또 기존의 화학제품을 다른 용도로 쓰는 것을 막는 규제가 없다. 옥시레킷벤키저에서 판매한 가습기 살균제가 대표적이다. 이 가습기 살균제의 원료 중에 문제가 된 화학물질은 처음에는 바닥 세척제 물질로 제조허가를 받았다. 이걸 가습기 살균제로 제조해 출시하는 과정에서 아무런 제재도 없었다.
보고서는 대안으로 인체에 해를 끼칠 수 있는 화학물질과 화학제품을 살생물제로 분류해 농약처럼 단일 법률로 엄격하게 관리하는 미국이나 유럽연합(EU) 사례를 제시했다. 김은정 법제연구원 부연구위원은 “허가받은 화학물질도 용도나 목적에 따른 허가 절차를 별도로 진행해야 한다”며 “피해가 발생한 다음에 고시 품목에 추가하는 방식으로는 예방에 부족함이 많다”고 말했다.
홍석호 기자 will@kmib.co.kr
“인체 유해 모든 화학물질 농약처럼 엄격한 관리체계 필요”
입력 2016-08-03 18: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