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수 여당’이 발목 잡아?… 3野 ‘다수의 힘’ 보여준다

입력 2016-08-04 04:00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3일 국회에서 열린 야3당 원내대표 회동에서 박지원 국민의당 원내대표(가운데)와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오른쪽)에게 발언 순서를 양보하고 있다. 김지훈 기자

“소수 여당이 다수 야당의 발목을 잡고 있다.”

3일 야3당 원내대표가 전격 회동한 자리에서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는 이렇게 말하며 현안에 대한 ‘실력행사’의 뜻을 밝혔다. 당장 야권 국회의석이 총 165석에 이르는 상황이어서 정부·여당으로선 곤혹스러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야3당은 국회에 미국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드(THAAD) 대책 특별위원회 구성을 포함해 총 8개 사안에 합의하고 협공에 착수했다.

더민주 우상호, 국민의당 박지원, 정의당 노회찬 원내대표는 3일 국회 귀빈식당에서 회동한 뒤 ‘8개 합의사항’을 발표했다. 핵심 요구사항은 국회에 검찰개혁 특별위원회와 사드 대책 특위를 구성하고,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 활동기한 연장안을 8월 임시국회 내에 처리하는 등 3가지다.

야권은 검찰개혁 특위를 통해 법조비리 근절을 위한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신설안 등을 논의할 계획이다. 현재 더민주와 국민의당은 공수처 신설 법안을 공동 발의키로 했으며 정의당은 이미 법안을 내놨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야3당 의견을 조율해 야권 공동법안을 만들 계획이다.

다만 사드 문제는 더민주가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하는 가운데 국민의당과 정의당이 당론으로 반대하는 상황이라서 우선 사드배치대책 특위를 국회에 구성키로 했다. 세부 쟁점은 특위 내부 논의를 통해 가리기로 입장을 정리했다.

더민주 기동민 원내대변인은 “이 3가지 사항은 국민적 공감대가 분명한 만큼 추경 처리와 긴밀하게 연관돼 있다. 특정 수단을 동원하는 상황으로 치닫지 않기를 간절히 소망한다”고 말했다. 여차하면 추경을 이들 문제 해결과 연계할 것임을 드러낸 것이다.

이외에도 농민 백남기씨 과잉진압 청문회, 어버이연합 불법 자금지원 청문회, 누리과정 예산 확보 등을 요청했다. 또 일명 ‘서별관회의 청문회’라고 불리는 조선·해운업 구조조정 청문회를 국회 정무위원회와 기획재정위원회에서 각각 2일씩 총 4일간 진행키로 했다.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하도록 하는 내용의 5·18특별법 개정안도 야3당 당론으로 통과시키기로 합의했다.

우 원내대표는 “여러 시급한 현안을 두고 새누리당은 계속 피해 다니기만 하고 있다”며 “국정운영을 책임져야 할 정부·여당이 자기 하고픈 것만 골라하고 정작 해결할 대안은 피해 다니면 나라가 어떻게 정상적으로 운영되나”라고 비판했다.

박 원내대표는 새누리당이 특위 활동에 참여할 것을 촉구했고, 노 원내대표도 “여당이 성의 있는 태도 변화를 보이지 않는다면 여당 혼자서는 이 나라를 1㎝도 움직일 수 없다는 것을 이제부터 확실히 보여주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는 “의회 권력을 가지더니, 민생과 경제는 안중에도 없는 야당의 그 고질병이 또 도진 것”이라며 “다수 야당의 횡포가 시작됐다”고 맹비난했다.

고승혁 기자 marquez@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