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권위적 겉치레 빼버린 동아대 총장 취임식

입력 2016-08-03 17:29
권위주의를 버릴 때 권위는 더 높아진다. 한석정 동아대 총장 취임식은 이 상식을 다시 입증했다. 지난 1일 취임식에는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김두관 최인호 국회의원, 허남식 지역발전위원장 등 귀빈이 두루 참석했다. 이들의 자리는 모두 객석에 마련됐다. 연단에 올라 마이크를 잡은 건 취임사를 했던 한 총장뿐이다. 내외빈 소개도, 그들의 축사도 없었다. 대신 교내 환경미화원과 경비원, 총학생회장과 교직원 등이 축하를 전하는 영상물이 상영됐다. 오찬은 구내식당에 차렸고 기념품은 수건 한 장이 전부였다. “겉치레를 빼자”는 한 총장 뜻에 따른 거라고 한다. 취임식의 울림은 컸다. 많은 언론이 보도해 호평이 이어졌다. 학교 구성원들이 취임사 메시지를 다시 꺼내 봤을 테고, 그가 하려는 일에 더 많은 이가 지지를 보낼 것이다. 우리는 이를 권위라 부른다.

이런 취임식이 뉴스가 됐다는 건 그동안 다른 취임식이 어땠는지 말해주고 있다. 과거에 비해 나아졌다지만 한국사회 곳곳에 자리 잡은 권위주의 문화는 여전히 뿌리가 깊다. 크고 작은 행사마다 저명 인사를 참석시켜 격을 높이려 하고, 그렇게 부른 이들의 자리 배치와 축사 순서를 ‘서열’에 맞게 조율하느라 난리를 친다. 관(官)에서 하는 일일수록 고위층의 권위를 챙기느라 형식이 딱딱해지며, 이런 겉치레는 구성원의 소통을 가로막고 열린 생각을 방해한다. 문화는 누가 바꾸자 해서 쉽게 바뀌는 것이 아니지만 권위주의는 높은 자리에서 권위를 가지려는 이들의 솔선수범을 통해 상당 부분 해소될 수 있다. 한 총장은 취임사에서 최근 구조조정을 겪은 직원들에게 사과하며 그들의 희생이 헛되지 않게 학교를 이끌겠다고 약속했다. 취임 직후에는 토론을 통한 리더십을 보이기 위해 교무회의실 직사각형 테이블을 원탁으로 교체했다. 우리 사회에서 진정한 권위를 갖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동아대 총장실이 어떻게 운영되는지 유심히 관찰할 필요가 있을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