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김무성 전 대표가 박근혜 대통령의 대구·경북(TK) 국회의원 면담 추진을 비판하며 목소리를 냈다. 전당대회에서 비주류 후보를 지원하겠다는 공언도 했다. 주류 친박(친박근혜)계 후보와 비박(비박근혜)계 후보 간 대결로 전대 구도를 명확히 해 ‘친박 패권주의’에 대한 당 안팎의 공분을 역이용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김 전 대표는 3일 전국 민생투어 중 광주 국립 5·18민주묘지에서 기자들과 만나 “(박 대통령이 TK 의원들을) 만나서 무슨 말씀을 하실지 모르겠지만 전대를 앞두고 대통령께서 특정 지역 의원들을 만나는 건 잘못된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김 전 대표가 박 대통령의 행보에 대해 직접적으로 “잘못됐다”고 언급한 것 자체가 이례적이다.
박 대통령의 TK 의원 면담은 사드 배치 문제와 관련해 해당 지역과 인근 국회의원들을 불러 민심을 듣겠다는 취지다. 그러나 김 전 대표는 ‘전대를 앞둔 시점’을 문제 삼아 이른바 ‘박심(朴心) 논란’을 부각했다. 비박계 정병국 주호영 후보도 박 대통령이 전대 전 만남을 추진한 것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다.
김 전 대표는 “제가 친박을 만든 사람인데 지금 친박 가운데 주류 세력에 밀려 비주류가 됐다”며 “이번에는 비주류가 당대표가 되는 게 당 발전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비주류 후보 가운데 정병국 주호영 두 후보가 이번 주말 후보 단일화를 할 것”이라며 “그때 (단일화한) 그 사람을 지원하려 한다”고 지지 의사도 밝혔다.
비박계 후보 단일화는 그 자체로 전대 구도를 양분하는 효과를 내게 된다. ‘친박 패권주의 심판’을 전대 이슈화해 친박계에 비해 상대적으로 부족한 세 결집력을 보완하겠다는 의도가 엿보인다. 김 전 대표가 TK 의원 면담을 문제 삼고 ‘박심’ 개입 경계 발언을 내뱉은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청와대와 친박계는 발끈했다. 박 대통령은 TK 의원 11명을 4일 오전 10시 청와대로 불러 사드 배치 관련 지역 민심을 청취하기로 했다. TK 초선 의원 중에선 정종섭 의원을 제외한 전원이 참석하고, 성주를 지역구로 둔 재선의 이완영 의원도 함께한다.
박 대통령은 이들을 통해 지역 민심을 듣고, 사드 배치가 국가 안보를 위한 결정임을 설명한 뒤 주민 건강 등 안전에 아무런 이상이 없다는 점 등을 지역에 전달해줄 것을 당부할 예정이다.
청와대는 특히 박 대통령의 이 같은 소통 행보를 ‘전대에 영향력을 행사하려 한다’는 식으로 치부하는 당내 일부 주장을 매우 못마땅해하는 분위기다. 김 전 대표 등 비박계 일부 인사가 이번 면담을 오히려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것 아니냐는 불만도 나온다. 청와대 관계자는 “지역 국회의원을 만나겠다는 박 대통령의 언급은 어디까지나 현안에 대한 민심 청취”라며 “이를 전대와 연결시키는 것은 전혀 맞지 않는 일”이라고 말했다. 정연국 청와대 대변인도 기자들과 만나 “전대와 무슨 관계가 있나.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보는가”라고 일축했다.
전웅빈 남혁상 기자 imung@kmib.co.kr
김무성 “朴-TK의원 면담 잘못”… 靑 “소통행보” 불쾌
입력 2016-08-04 04: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