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폭서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무더운 여름날 시원한 전시장에서 얼음 그림을 보면서 아트 피서를 즐기는 건 어떨까. ‘얼음 작가’ 박성민(48)의 개인전이 서울 용산구 한남동 갤러리조은에서 24일까지 열린다. ‘아이스 캡슐(Ice Capsule)-2016℃’라는 타이틀로 얼음에 담긴 과일과 그 속에서 피어나는 식물 등 청량감을 선사하는 작품 20여점을 내놓았다.
홍익대 회화과와 대학원을 나온 작가는 지난 10년간 ‘아이스 캡슐’에 매달려 왔다. 독창적인 소재의 작품을 보면 “그림인가? 사진인가?”라는 의문을 갖게 된다. 얼핏 사진처럼 보이지만 가까이 가서 들여다보면 백자에 얼음과 딸기, 포도, 블루베리 등 과일이 놓여 있는 그림임을 알 수 있다. 현실에서는 존재하지 않는 상상의 정물을 극사실적으로 붓질한 것이다.
얼음 속에서 빨갛고 파랗고 푸른 생명들이 활짝 피어나고 있다. 작가는 “얼음같이 차가운 현실이지만 자유를 염원하고 원초적 희망을 갈구하는 사람들을 위해 상상의 위로를 건네는 작업”이라고 정의했다. 순백의 도자기나 자동차 위에 내려앉은 얼음과 신선한 과일, 보기만 해도 시원해지는 얼음 속 수박 그림 등이 관객을 손짓한다.
작가는 ‘아이스 캡슐’이 타임캡슐에서 온 것이라고 했다. 생명의 시간과 소멸의 시간을 얼음 속에 저장시킨 셈이다. 얼음 안에서 삶과 죽음의 경계에 놓여 있는 시간은 정지된다. 순간순간을 바쁘게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그림을 통해 잠시나마 휴식과 힐링의 시간을 가져보자고 권유한다. 그렇다고 굳이 의미를 찾을 필요는 없고 그냥 즐기고 느끼면 된다.
시공간을 초월한 얼음 정물을 통해 회화의 본질을 보여주는 이번 전시의 부제는 ‘2016℃’다. 2016년 현재 삶의 온도는 과연 몇 도인지 묻는다. 자신의 온도를 잃고 뜨거워야만 하는 열정의 시대를 강요받는 건 아닐까. 그런 점에서 작품을 감상하는 이들에게 진정한 삶의 온도를 생각해보는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02-790 5889).이광형 문화전문기자
ghlee@kmib.co.kr
얼음 속에서도 싱싱한 희망… 얼음작가 박성민 개인전 ‘아이스 캡슐-2016℃’
입력 2016-08-04 19: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