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민 IOC 선수위원 후보 “메달보다 표심 얻는 게 더 힘드네요”

입력 2016-08-03 21:12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선수위원에 도전한 탁구스타 유승민이 3일(한국시간) 2016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한국 선수촌에서 열린 미디어투어에서 취재진과 얘기를 나누고 있다. 뉴시스

2000 시드니올림픽부터 2012 런던올림픽까지 통산 4차례 올림픽에 참가했던 한국의 탁구스타 유승민(34·삼성생명 코치).

그가 2016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에도 얼굴을 내밀었다. 이번엔 선수가 아니라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선수위원 후보 신분이다. 한국 선수단 단복을 차려입은 그는 리우올림픽 선수촌에서 각국 선수들의 표심을 얻기 위해 분주히 뛰어다니고 있다.

유승민은 2004 아테네올림픽 남자 개인 단식 결승에서 당시 세계 최강이었던 중국의 왕하오(王晧)를 꺾으며 스타로 떠올랐다. 2008 베이징올림픽 남자 단체전에서 동메달을 딴 그는 런던올림픽에서도 단체전 은메달을 거머쥐었다. 그는 지난해 7월 IOC 선수위원 도전 의사를 내비쳤고 한 달 뒤 사격 진종오, 여자역도 장미란과 경쟁을 벌인 끝에 한국의 최종 후보자로 선정됐다. 현재 유승민은 선수촌에서 각국 선수들을 대상으로 선거 활동을 하고 있다.

3일 오후(한국시간)엔 선수촌 식당에서 선수들을 대상으로 4명의 경쟁 후보와 함께 연설도 했다. 하지만 선수들의 표심을 얻기란 쉽지 않다. 후보들은 공약 사항을 직접적으로 언급할 수 없고, 자신을 홍보하는 유인물을 나눠줄 수도 없다. 선거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미디어를 통한 홍보도 금지돼 있다. 따라서 부지런히 뛰어서 선수들에게 눈도장을 찍을 수밖에 없다.

유승민은 베이징올림픽에서 사상 첫 선수위원으로 당선된 문대성에 이어 한국 선수로는 두 번째로 선수위원에 도전한다. 문 위원은 선수위원장인 클로디아 보켈(독일·펜싱), 알렉산더 포포프(러시아·수영), 유밀카 루이스 루아시스(쿠바·배구) 등 총 4명과 함께 8년 임기를 마치게 된다. 이들의 자리를 유승민을 비롯해 14개 종목 23명의 선수가 경쟁한다. 여자육상 장대높이뛰기의 전설 옐레나 이신바예바(러시아)와 일본 육상의 영웅 무로후시 고지, 런던올림픽에서 여자펜싱 신아람의 ‘1초 오심’ 상대였던 브리타 하이데만(독일) 등이 후보로 이름을 올렸다. 한국의 스포츠 외교력이 약해진 만큼 유승민의 어깨가 무겁다. 최근 논문 표절 의혹으로 문 위원의 직무가 정지됐고, 이건희 위원은 와병으로 활동하지 못하고 있다. 유승민은 한국 스포츠의 위상을 높이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는 각오다. 유승민은 “선거 활동이 쉽지 않다. 선수촌을 다니다 보면 무시당하는 경우도 있다”며 “아직 15일 남았는데, 지금처럼 계속해서 열심히 하다 보면 좋은 결과가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선수위원 투표는 오는 17일까지 선수촌 등 현장에서 진행된다. 18일 최다 득표순으로 4종목 4명의 당선자가 발표된다.

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