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감 스포츠] 스테파노바는 이미 영웅

입력 2016-08-03 18:27 수정 2016-08-03 18:36
금지약물 복용 실태를 내부 고발한 율리아 스테파노바. AP뉴시스

2014년 12월 3일 독일 공영 MDR방송은 러시아 올림픽 대표팀의 99%가 금지약물을 복용했다는 내용의 다큐멘터리를 방영했다. 러시아 여자 육상선수인 율리아 스테파노바와 그의 남편이자 러시아 반도핑기구에 근무했던 비탈리 스테파노프는 이 다큐멘터리에 출연해 비리를 고발했다. 조사 결과 러시아 정부가 자국의 반도핑기구는 물론 정보기관까지 동원해 ‘007 영화’를 방불케 하는 수법으로 소변 샘플을 바꿔치기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도핑 테스트에서 양성 반응을 보여 2년 출전 정지 처분을 받은 스테파노바는 중립국 선수로 리우올림픽에 출전할 수 있게 해 달라고 국제육상경기연맹(IAAF)에 요청했다. IAAF는 그의 출전을 허용했지만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제동을 걸었다. 러시아 육상 대표팀 동료들과 팬들은 그를 배신자로 낙인찍었다. 어느 조직이든 내부 고발자는 ‘배신자’로 인식된다. 그러나 조직의 고질병을 고치는 인물이 바로 내부 고발자다. ‘Change.org’라는 서명운동 사이트에 그의 올림픽 출전 허용 청원서가 만들어진 지 엿새 만에 서명한 사람이 목표인 15만명에 육박했다. 하지만 스테파노바의 출전 가능성은 희박하다. 올림픽에 가지 못한다 할지라도 그는 이미 영웅이다.김태현 스포츠레저팀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