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설교] 한결같음

입력 2016-08-03 20:35

초등학교 2학년 때 일입니다. 그때만 해도 자전거가 흔하지 않던 시절이었습니다. 자전거가 그렇게 타고 싶었습니다. 동네 형을 졸라 자전거를 가르쳐달라고 해 자전거를 같이 타고 이동하다가 그만 다리 위에서 개울로 추락하고 말았습니다.

그리 높지 않은 다리여서 크게 다치지는 않았지만 무릎이 깨져서 피가 제법 흘렀습니다. 그때 부모님 얼굴이 떠올랐습니다. 평소 나중에 자전거를 사줄 테니 누구에게 태워달라고 하지 말라고 당부하시곤 했습니다. 부모님 말씀을 어겼으니 야단맞을 것 같아 집에 들어가지 않고 숨어 있었습니다.

그러다 결국은 부모님께서 이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야단 맞을까봐 떨고 있는데 부모님께서는 저를 안아 주셨습니다. “엄마 아빠는 야단치려고 있는 게 아니야. 너를 사랑해서 보호해주려고 있는 거다. 다쳤을 때 절대로 이번처럼 하면 안 된다.” 저는 이때 용서와 사랑을 배웠습니다.

창세기 50장을 보면 야곱의 죽음에 관한 이야기가 나옵니다. 야곱의 죽음은 그의 아들들에게 슬픔을 넘어서는 두려운 일이었습니다. 그만한 이유가 있습니다. “요셉의 형제들이 그들의 아버지가 죽었음을 보고 말하되 요셉이 혹시 우리를 미워하여 우리가 그에게 행한 모든 악을 다 갚지나 아니할까 하고 요셉에게 말을 전하여 이르되 당신의 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전에 명령하여 이르시기를 너희는 이같이 요셉에게 이르라 네 형들이 네게 악을 행하였을지라도 이제 바라건대 그들의 허물과 죄를 용서하라 하셨나니 당신 아버지의 하나님의 종들인 우리 죄를 이제 용서하소서 하매 요셉이 그들이 그에게 하는 말을 들을 때에 울었더라.”(15∼17절)

야곱의 죽음은 그들에게 공포였을 것입니다. 요셉의 형들은 요셉을 노예상에게 팔아먹은 전력이 있었습니다. 따라서 그들은 그동안 요셉이 복수의 칼날을 뽑아들지 않은 이유는 아버지의 얼굴 때문이라 생각했고, 이제는 요셉에게 복수의 기회가 생겼다고 판단했습니다.

사실 요셉은 형들에게 복수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이미 한 적이 있습니다. 복수할 것이었으면 형들을 처음 만났을 때 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요셉은 용서를 택했고 하나님의 뜻을 선택했습니다. 오히려 요셉은 서로 화해한 뒤 야곱과 그의 형제들이 살기에 가장 비옥한 땅을 마련해 일족이 평안히 살도록 모든 배려를 아까지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형들은 두려움을 놓지 못한 것입니다.

우리도 예수님의 용서를 진정으로 믿고 기뻐하는지를 살필 필요가 있습니다. 예수님의 용서와 사랑을 모르는 것이 아님에도 어느 때는 죄책감에 시달리고, 용서하지 못하는 자신 때문에 괴로워하기도 합니다. 또 우리는 진정한 용서를 베푸는 일에도 인색합니다.

그리스도인은 진정한 용서와 사랑의 기쁨을 아는 사람들입니다. 이제는 예수님의 십자가 안에서 죄책감이 아닌 용서 받은 기쁨을 발견하고, 용서를 아는 자로서 죄를 이기는 삶을 살아갑시다. 남에게 긍휼을 베풀 줄 아는 사람으로 경쟁과 갈등과 대립이 가득한 세상에 다른 길을 보여 주는 성도가 되길 축원합니다.

조주희 목사 (서울 성암교회)

◇약력=△장로회신학대 신학대학원 졸업 △미국 풀러신학교 목회학박사 △현 대전신학대 겸임교수, 좋은학교만들기네트워크 총무, 목회와윤리연구소 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