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대우조선 비리 수사 ‘MB맨’ 강만수 정조준

입력 2016-08-03 00:06
검찰 관계자들이 2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 있는 강만수 전 산은금융그룹 회장의 사무실을 압수수색한 뒤 압수 물품을 들고 나오고 있다.뉴시스
강만수 전 산은금융그룹 회장
대우조선해양 비리를 수사 중인 검찰이 강만수(71) 전 산은금융그룹 회장과 대우조선 전 경영진의 유착 고리를 포착하고 본격 수사에 나섰다. 검찰 수사가 대우조선 경영 비리 및 회계 사기에 이어 대주주인 산업은행과 금융 당국의 비호 의혹으로까지 확대되고 있다.

MB맨 강만수, 대우조선 비리 관여?

검찰 부패범죄특별수사단(단장 김기동 검사장)은 2일 강 전 회장의 서울 대치동 자택과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했다. 강 전 회장은 출국금지됐다. 검찰은 강 전 회장 지인들이 운영하는 지방의 중소건설업체 W사와 바이오에너지 개발업체 B사도 함께 압수수색했다. 검찰 관계자는 “대우조선 경영비리 수사 과정에서 강 전 회장의 은행장 시절 직무와 관련해 수사할 필요성이 발견됐다”고 말했다.

검찰은 강 전 회장에게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과 제3자 뇌물수수 혐의를 두고 있다. 대우조선의 경영 부실과 경영진의 비리 등을 눈감아 주는 대신 지인들의 업체에 사업 전망이 불투명한 투자를 하도록 하거나 일감을 몰아주도록 영향력을 행사한 것 아니냐는 의심이다. 강 전 회장은 2011∼2013년 산은금융그룹 회장 겸 산업은행장을 지냈다. 이미 구속 기소된 남상태(66) 고재호(61) 전 대우조선 사장의 재임 기간과 겹친다.

2007년 설립된 W사는 남·고 전 사장 재임 기간 대우조선해양건설로부터 부산과 충남 아산의 아파트 공사 등 수십억원대 하도급을 따낸 것으로 전해졌다. W사 대표 강모(37)씨는 강 전 회장과 고향이 경남 합천으로 동일하고, 같은 종친회 소속이다.

B사는 2009년 1월 자본금 5000만원으로 설립됐으며, 여러 차례 대표이사 변경을 거쳐 2010년 11월 경제신문 기자 출신인 김모(46)씨가 대표에 취임했다. 김씨는 강 전 회장과 서울대 동문으로 오랜 친분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우조선은 남 전 사장 시절인 2011년 9월 B사에 5억원을 투자해 지분 4.3%를 확보했다. 부산국제물류(BIDC) 역시 5억원을 투자하는 등 수년간 대우조선 계열 자금 수십억원이 투입된 것으로 알려졌다. B사는 2011년 수차례 유상증자를 통해 자본금을 37억4000만원으로 끌어올렸다.

산은 전 행장·MB정권 겨냥하나

강 전 회장을 겨냥한 수사는 대우조선 내부 비리를 밝히는 데 집중했던 검찰이 산업은행과 대우조선 수뇌부의 유착 의혹 규명에 본격 착수한 것으로 해석된다. 산업은행은 대우조선 지분 49.7%를 보유한 최대주주로 대우조선에 최고재무책임자(CFO)를 파견하는 등 경영감독 책임이 있다.

이 때문에 대우조선의 대규모 부실 사태가 터지자 산업은행의 ‘관리 책임’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대우조선에서 수년간 자행된 각종 비리를 대주주가 묵인했거나 공조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고 전 사장 시절의 회계 사기와 관련해 산업은행 부행장 출신인 김갑중(61) 대우조선 전 CFO가 구속되기도 했다. 산은금융지주 회장을 지낸 민유성·홍기택 전 회장 등도 수사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다.

강 전 회장이 이명박정부의 실세였던 점을 고려하면 검찰 수사가 그를 포함한 MB정부 핵심 인사들로 향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MB의 경제 책사’로도 불렸던 강 전 회장은 2008년 정부 출범 당시 대통령직인수위 경제1분과 간사를 거쳐 기획재정부 장관, 대통령 직속 국가경쟁력강화위원장 등을 지냈다.

노용택 이경원 기자 ny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