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톱·대세 실종… 전대 직전 계파별 ‘될사람’ 밀기?

입력 2016-08-03 05:27
이정현 이주영 한선교 주호영 정병국 의원(왼쪽부터) 등 새누리당 당권주자들이 2일 MBC 토론회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새누리당 8·9전당대회가 한 주 앞으로 다가왔지만 최악의 흥행 참패로 ‘컨벤션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우려가 내부에서 쏟아지고 있다. 당권주자 모두 계파 청산을 외쳤지만 정권 재창출을 위한 수권 비전은 묻히고, ‘친박(친박근혜) 비박(비박근혜) 대리전’이라는 해묵은 진영 구도만 부각되는 모습이다.

2일 현재 친박계는 당권주자 5명 중 이주영 이정현 후보를, 비박계는 정병국 주호영 한선교 후보를 중심으로 지지세를 굳혀가는 모양새다. 각종 여론조사를 통해 선두그룹이 형성되고 있지만 당 내부에서는 특정 후보에 대한 뚜렷한 쏠림현상은 아직 나타나지 않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결국 전대를 앞두고 후보 단일화나 특정 후보 밀어주기 움직임이 가시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다.

이날 당대표 후보들이 참석한 MBC TV토론회에서도 계파 대결 구도나 단일화 여부에 초점이 맞춰졌다. 정 후보는 이주영 후보에게 “친박이 아니라고 하더니 요즘엔 친박인 것 같은 말씀을 한다”고 했다. 이에 이 후보는 “정 후보가 ‘카멜레온’이라는 표현을 했는데 그것이 바로 제가 계파를 초월한 정치활동을 했다는 얘기”라며 “비박끼리 단일화하거나 새로운 계파를 만들어선 안 된다”고 했다.

이정현 후보는 계파 대결을 벗어나야 한다면서 “상처는 서로 덮을 때 아무는 것이지 들쑤시면 커질 뿐”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자 주 후보는 “친박이 세력을 떨칠 땐 왜 그런 얘기를 안 했느냐”고 맞받아쳤다. 주 후보는 “단일화할 생각이 없다”면서도 “단일화를 해야 한다는 압력을 많이 받고 있는 상황”이라고 여지를 남겼다.

당내 비박계 재선과 중진 의원들은 물밑에서 정 후보와의 단일화를 촉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총선 책임론과 공천 개입 녹취록 논란 등으로 당 안팎에서 주류 친박에 대한 공분이 큰 상황인데도 당권을 잡지 못할 경우 친박 패권만 강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오는 7일 전국 선거인단 현장투표가 진행되는 만큼 4일 예정된 KBS·MBC·SBS 공동 주최 TV토론이나 5일 충남 천안 합동연설회가 ‘추가 단일화’의 분수령이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친박계는 각자도생 행보를 펴면서도 비박 단일화를 강하게 견제하고 있다. 이주영 후보는 기회 있을 때마다 “비박 단일화는 또 다른 패권주의”라고 맹비난하고 있다. 이정현 후보 역시 “비박 단일화는 관심도 없다”며 완주 의지가 강하다. 후방 지원도 이어졌다. 친박 중진인 정갑윤 의원은 보도자료를 내고 “단일화는 당의 화합과 혁신을 해치는 해당행위”라며 “특정 계파로 투표하라는 협박정치와 구걸정치로 당의 품격을 떨어뜨렸다”고 했다. 김태흠 의원도 “일부 후보는 입으로만 혁신을 내세우고 계파 타령을 하며, 갈등을 부추기는 ‘선거 참패 책임론’과 ‘후보 단일화’ 등 정치공학적 계산에만 몰두하는 후진적 행태를 보이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친박계에서도 막판 교통정리가 이뤄질 수 있다는 분석이 있다. 직접적인 단일화가 아니더라도 특정 후보에게 지지를 몰아주는 움직임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한 친박계 의원은 “비박계가 움직일 경우 가만히 있을 수만은 없다”며 “‘되는 쪽’으로 자연스럽게 표가 결집될 수 있다”고 말했다.

양 계파 수장인 김무성 전 대표와 최경환 의원의 역할론도 주목된다. 김 전 대표는 현재 지방으로 민생투어를 떠났지만 9일 전대에는 참석하기로 했다. 최 의원도 국회 외교통일위 현장 시찰을 끝내고 4일 귀국한다.

전웅빈 이종선 기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