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국민의당 의원 3명에 대해 일제히 구속영장을 재청구한 날 법무부 검찰국장이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을 만나 배경을 해명한 것으로 나타났다. 검찰 업무를 관장하는 검찰국장이 사실상 사적으로 ‘유감’을 표명한 것으로 해석되면서 국민의당은 “검찰 수사가 공정성을 잃고 있다”며 강력하게 반발했다.
지난달 28일 법무부 안태근 검찰국장이 국회에서 박 비대위원장을 만난 것으로 2일 확인됐다. 두 사람은 개별 일정으로 국회를 찾았다가 한 세미나실 인근에서 조우했다. 국민의당 고위 관계자는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안 국장이 ‘총선 리베이트 의혹에 대한 수사 검사의 의지가 너무 강해 어쩔 수 없이 구속영장을 재청구했다’고 설명했다”고 밝혔다.
서울남부지검과 서울서부지검은 이날 각각 ‘공천 헌금’ 의혹으로 국민의당 박준영 의원, ‘총선 리베이트’ 의혹으로 박선숙 김수민 의원에 대해 구속영장을 재청구했다. 이후 법원이 “피의자 방어권을 지나치게 침해한다”며 모두 기각해 야당 탄압 논란이 일었다.
검찰 내 ‘빅3’로 불리는 검찰국장은 검찰 인사를 비롯해 법무부의 검찰 업무를 총괄하는 핵심 보직이다. 안 국장은 국민일보에 “국회에서 오다가다 만나 인사한 적은 있지만 수사에 대한 유감 표명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검찰에서 판단해 결정한 문제를 가지고 법무부 검찰국장이 그런 말을 할 수 없다”고 해명했다.
두 사람은 김대중정부 시절인 2001년 안 국장이 청와대 대통령비서실 법무이사관으로 근무할 당시 안면을 텄다. 박 비대위원장도 “청와대에 근무할 때부터 알고 지냈던 사이”라고 말했다.
국민의당 관계자는 “안 국장이 박 비대위원장을 만나 수사 배경을 설명해야 할 정도로 검찰 수사가 공정성을 잃고 있다”며 “이번 수사 과정에서 국민의당이 당한 비상식적인 처분은 헤아릴 수 없다”고 말했다.
국민의당은 우선 두 의원에 대해 추가 혐의도 없고, 별다른 증거 보강도 없이 구속영장이 재청구된 것 자체가 형평성을 잃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지난달 15일 구속 기소된 왕주현 전 사무부총장에 대한 수사기록을 2주가 넘도록 “담당 검사가 휴가 중”이라며 열람·등사를 허락하지 않아 정당한 방어권을 침해하고 있다고 했다. 구속영장 재청구 당시 수사 검사가 아닌 부장검사가 청구서를 작성한 것도 정치적 목적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이에 대해 서울서부지검 윤희식 차장검사는 “왕 전 사무부총장의 수사기록 중 일부가 김 의원의 혐의 사실과 중복되는 부분이 있어 기록을 줄 경우 수사 차질에 대한 우려가 있었다. 그래서 일부 열람·등사를 제한한 것”이라며 “담당 검사가 휴가 중이어서 주지 않은 게 아니다”고 말했다. 또 부장검사의 청구서 작성에 대해선 올 초부터 시행된 부장검사 주임검사제(부장검사가 중요 사건을 직접 처리토록 하는 제도)에 따른 것이라고 반박했다.
권지혜 기자 jhk@kmib.co.kr
법무부 검찰국장, 박지원에 영장 재청구 ‘유감 표명’ 논란
입력 2016-08-02 21:34 수정 2016-08-03 08: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