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을 한쪽 잃었지만 명예를 얻었고, 살아있음에 기쁘고 행복하다.”
육군은 2일 지난해 8월 4일 북한의 비무장지대(DMZ) 지뢰 도발로 오른쪽 다리를 잃은 김정원(24·사진) 하사의 수기를 페이스북에 공개했다. 김 하사는 ‘8·4 북 지뢰도발 시 작전 영웅 김정원 중사(진) 수기’라는 제목의 글에서 지뢰가 터졌을 때 발을 영영 못 쓰게 될 것을 알았다고 토로했다. 또 군 병원 중환자실에서 겪었던 극심한 고통도 기록했다. 그는 “매일 계속되는 극심한 환상통(없어진 신체 일부가 있는 듯이 느껴지는 고통) 때문에 마약성 진통제를 항상 주입했고 식사는 전폐했고 소변은 관을 통해서 해결했다”고 썼다. 그는 “두텁게 쌓인 붕대를 보며 잠깐 내 인생의 꿈과 사랑에 대해 포기하며 절망했다”며 암담했던 당시 상황을 회고했다.
북한군에 대한 분노도 숨기지 않았다. 김 하사는 “비겁한 방법을 밥 먹듯이 쓰는 북한군을 모두 죽이고 싶었다”고 고백했다. 그는 “그런 놈들에게 총 한 번 쏴보지 못했던 것이 화가 났고, 내가 지키지 못해서 두 다리를 잃은 하재헌에 대한 죄책감이 나를 휘감았다”고도 했다.
하지만 그는 회복과 재활과정에서 자유와 평화를 지켰다는 자부심을 느꼈다고 했다. 특히 서울 중앙보훈병원에서 나라를 지키다 장애인이 된 유공자들을 만나면서 현재 우리가 누리고 있는 자유와 평화는 숭고한 희생으로 이뤄진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는 의족을 착용하고 다시 걸을 수 있게 된 순간의 기쁨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김 하사는 DMZ를 떠나 현재 국군사이버사령부에서 근무하고 있다. 그는 “삶의 고통도 나의 일부분이며 앞으로도 새로운 고난과 역경을 기쁘게 받아들이고 당당하게 살아갈 것”이라고 다짐했다.
최현수 군사전문기자 hschoi@kmib.co.kr
‘北 지뢰도발 부상’ 김정원 하사 “발 한쪽 잃었지만… 살아있음에 행복하다”
입력 2016-08-02 21: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