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 시릴 만큼 아프게 부모님 잃었다”

입력 2016-08-03 00:32
박근혜 대통령이 2일 오전 청와대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회의에는 각종 의혹이 불거져 야당으로부터 사퇴 압박을 받고 있는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맨 뒷줄 오른쪽)도 배석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여름휴가를 마친 뒤 첫 공식 일정으로 2일 국무회의를 주재한 박근혜 대통령이 안보, 경제, 민생 이슈 등 직면한 현안에 대해 입장을 거침없이 쏟아냈다. 하반기 국정운영 구상을 가다듬는 시간을 가진 뒤 나온 첫 메시지를 통해 각종 논란에 대한 정면돌파 의지를 거듭 밝힌 것이다. 그러나 관심의 초점인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 문제에 대해선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았다.

박 대통령은 우선 야권과 경북 성주 지역의 반발이 지속되고 있는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드(THAAD) 문제에 대해선 “바뀔 수 없는 문제”라고 확실하게 못 박았다. 특히 “사드 배치 같은 기초적인 방어체계조차 마련하지 못하면 앞으로 국가와 국민 안위를 어떻게 지켜낼 수 있겠느냐”고 반문하는 등 복잡한 심경도 드러냈다. 사드 배치 논란이 소모적 정쟁이라는 상황인식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또 박정희 전 대통령, 육영수 여사를 언급하면서 “가슴 시릴 만큼 아프게 부모님을 잃었다”고 한 대목은 국가 안보만큼은 통치권자로서 물러설 수 없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박 대통령은 그러면서 대구·경북(TK) 중심의 국회의원들, 경북도지사 등과의 면담을 통해 사드의 안전성 우려를 직접 불식시키겠다는 뜻을 나타냈다.

새누리당도 야당의 사드 배치 반대 주장에 대해 “한·미동맹 훼손”이라며 박 대통령의 단호한 대응에 보조를 맞췄다. 정진석 원내대표는 원내대책회의에서 “두 야당은 지지층 반발을 무릅쓰고 국가 안보와 한·미동맹을 위해 이라크 파병을 결단했던 노무현 전 대통령의 정신을 되새겨주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이와 함께 앞으로 민심 청취 및 적극적인 민생 행보에 주력할 것임을 강조했다. 하반기 국정운영의 중심을 ‘현장과의 소통’에 두겠다는 의지를 명확히 한 것이다. 이런 차원에서 조만간 새누리당 TK 지역 일부 초선 의원들과의 면담도 계획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추가경정예산안 처리 문제에 대해선 국회를 향해 ‘다른 법안과의 연계 불가’를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구조조정의 충격을 맨몸으로 견뎌내야 하는 근로자들과 타들어가는 지역경제의 고통을 내 몸과 내 일같이 여겨서 추경을 다른 것과 연계해 붙잡고 있지 말 것을 거듭 호소한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헌법재판소의 합헌 결정이 내려진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에 대해선 “오랜 부패 관행을 끊어내야 한다는 사회적 공감대를 확인한 결과”라고 평가했다. 다만 “이 법에 대해 내수 위축 가능성을 비롯해 경제에 미칠 부정적 영향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는 것도 사실”이라며 치밀한 보완책을 마련할 것을 내각에 지시했다.

한편 국무회의에선 박원순 서울시장과 정진엽 보건복지부 장관,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이 서울시 청년수당과 관련한 토론을 벌였다. 박 시장은 청년수당 지급의 필요성을 거듭 주장했고, 두 장관은 현금 지급은 도덕적 해이를 불러올 수 있다는 점을 들어 반대 의견을 적극 개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대통령은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관련기사 보기]


남혁상 기자 hs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