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 동안 하루 8시간30분씩 TV에서 다큐멘터리 영화가 나온다. EBS가 22일부터 28일까지 열리는 ‘제 13회 국제다큐멘터리 영화제(EIDF)’의 출품작들을 같은 기간 TV에서도 동시 상영하기로 했다. 대중이 다큐 영화에 쉽게,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다큐 영화는 대중성이 약하다. 극영화와 달리 유명한 배우가 나오지 않고 드라마틱한 상황이 연출되지도 않는다. 관심있는 주제가 아니라면 몰입하기 쉽지 않다. 이런 다큐 영화를 반나절 넘도록 방송하는 것은 꽤나 파격적인 일이다.
이은정 EIDF 2016 집행위원장은 2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우리는 다큐멘터리를 필요로 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다큐멘터리의 역할은 소통하고 희망을 찾게 해준다는 것”이라며 “지상파 방송에서 8시간 이상 다큐 편성에 대해 우려가 많았지만 우리의 역할을 해야 했다”고 말했다.
올해 EIDF에는 30개국에서 초청된 47개 영화가 상영된다. 주제는 ‘다큐로 보는 세상’이다. 세계 곳곳의 다양한 생각과 고민, 저마다 다른 삶의 모습을 보여준다. 이 위원장은 “시공을 초월하는 여행자가 되어 현재와 미래를 꿈꾸고 상상하는 기쁨을 누릴 수 있을 것”이라며 “영화를 보고 공감하는 관객들을 통해 지구에 던져진 고민들이 희망으로 변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올해 EIDF는 특히 ‘어린이와 교육’과 관련한 다큐들을 집중적으로 다뤘다. 무너져 가는 인간 존엄성을 회복하고 인류가 더 나은 삶을 꿈꾸려면 미래 세대에서 희망을 찾아야 한다는 생각에서다. 그래서 개막작으로 어린이와 관련한 ‘브라더스(Brothers)’가 선정됐다.
‘브라더스’는 8년 동안 형제의 삶을 다룬 엄마의 기록 영화다. 초등학교에 들어가고, 젖니를 갈고, 축구공으로 학교 유리창을 깨고, 사춘기가 되면서 이성에 눈을 뜨는 시기까지 두 아이의 성장과정을 담았다. 교육·인권 선진국 노르웨이에서 촬영·편집 감독으로 활동하는 아슬레우 홀름의 작품이다. 어머니의 애정어린 시선, 아이들이 머무는 집과 자연과 학교와 지역사회는 ‘한 아이를 키우는 데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잠언을 떠올리게 한다.
올해의 화제작 ‘학교 가는 길’도 오랫동안 아이들을 지켜본 결과물이 담겨 있다. 유럽, 아시아, 아프리카, 아메리카 등 전 세계 아이들의 등굣길을 2년 동안 동행하며 촬영한 영화다. 아이들이 세상의 미래라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올해 EIDF에서는 ‘2016 베를린영화제’ 대상작인 ‘화염의 바다’(잔프랑코 로시 감독)가 국내에서 처음으로 상영된다. 또 ‘다큐멘터리 연출의 살아 있는 전설’로 불리는 독일 출신 베르너 헤어조크 감독의 영화 ‘사이버 세상에 대한 몽상’, 세계적인 다큐멘터리 연출자 트린 T. 민하의 ‘베트남 잊기’, 리타 판 감독이 연출한 ‘우리의 모국 프랑스’ 등 유명 다큐들도 국내에서 처음 관객과 만난다.
EIDF는 22∼28일 서울 강남구 EBS 스페이스, 서울 종로구 서울역사박물관, 서울 서대문구 아트하우스 모모 등에서 진행된다.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
일주일 동안 다큐 영화 매력에 푹 빠져보세요
입력 2016-08-03 17: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