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운전면허 수시적성검사 대상에 장애등급이 있는 뇌전증(간질) 환자를 확대 포함시키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부산 도심에서 뇌전증 환자 김모(53)씨가 교통사고를 일으켜 17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데 따른 후속조치다.
경찰청은 뇌전증으로 장애등급 판정을 받은 환자를 수시적성검사 대상에 포함하는 내용의 법령 개정을 검토하고 있다고 2일 밝혔다. 뇌전증은 약을 먹지 않으면 경련을 일으키거나 순간적으로 의식을 잃는 발작 증상이다. 현행 도로교통법상 뇌전증 환자와 정신질환자는 운전면허 취득이 금지돼 있다. 교통상 위험과 장해를 일으킬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면허 취득 이후 발병했다면 적성검사 시 질환을 신고하고 전문의 소견서를 제출한 뒤 심사를 받아야 한다.
다만 현행 도로교통법 시행령은 6개월 이상 입원치료를 받은 뇌전증 환자에 한해 운전면허 수시적성검사를 진행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경찰은 부산 사고를 계기로 입원 환자뿐 아니라 장애등급 판정을 받은 이들까지 수시적성검사 대상에 포함해야 한다고 판단하고 있다. 뇌전증 장애등급이 있는 7000여명 가운데 운전면허 취득 이후 장애 판정을 받은 이들이 상당할 것으로 추정된다.
부산 사고 가해 운전자 김씨는 지난해 11월 뇌전증 진단을 받고 하루 2차례 약을 복용했지만 6개월의 입원치료를 받지 않아 수시검사 대상자가 아니었다. 지난달에는 운전면허 갱신 적성검사까지 통과했다. 김씨에게 장애등급이 있었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사고 경위를 조사 중인 부산 해운대경찰서는 이날 김씨에 대한 체포영장을 신청했다. 김씨가 병력을 숨기고 적성검사를 받은 것으로 파악되면 도로교통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사전구속영장을 신청할 예정이다. 김씨는 아직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전수민, 부산=이영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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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전증 환자 운전면허 적성검사 확대 추진
입력 2016-08-02 18: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