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당이 미국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드(THAAD) 배치에 반대하며 경북 성주를 찾은 다음날, 더불어민주당은 광주에서 ‘깜짝’ 발언을 쏟아내며 국민의당 거점인 호남 공략에 나섰다. 이에 국민의당은 농민 백남기씨 병문안에 나서는 등 선명한 ‘야성’을 드러내며 더민주를 자극했다. 새누리당은 두 야당의 물고 물리는 신경전 탓에 추가경정예산 처리가 늦어졌다며 날을 세웠다.
더민주 우상호 원내대표는 2일 광주시청에서 열린 예산정책협의회에 참석해 “5·18민주화운동 등에 관한 특별법 개정안을 제1호 당론 법안으로 최우선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광주시가 요구하고 있는 8대 현안 중 하나를 당론으로 해결해 멀어진 호남 민심을 붙잡겠다는 포석이다. 개정안에는 5·18민주화운동 왜곡과 희생자 명예훼손 등을 처벌하고 기념행사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할 수 있게 하는 근거 조항이 담길 예정이다.
국민의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은 원내교섭단체 대표 중 처음으로 경찰 물대포에 맞아 의식불명에 빠진 백남기씨를 병문안했다. 그는 “청문회를 열어 진실이 밝혀지도록 노력하겠다”며 “내일 여야 3당 원내대표 회담을 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박 위원장은 미국대사관 고위 관계자와 점심식사를 하며 성주 지역의 사드 반대 민심도 전달했다. 동시에 사드 반대를 위한 백악관 청원 10만인 서명운동을 당직자와 지역위원장을 통해 돕기로 결정하는 등 정부·여당에 대한 공세 수위를 높였다.
새누리당 원내지도부는 추가경정예산안 조속 처리를 촉구하며 최근 야당의 행보를 ‘발목잡기’라고 규탄했다. 정진석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야당의 발목잡기 병이 도진 것 같다”며 야당이 요구하는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 활동기한 연장과 누리과정 예산 편성 등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했다. 김광림 정책위의장은 “야당의 추경 발목잡기는 우리 경제 회생의 발목잡기”라며 “정부가 국회에 추경안을 보낸 지 1주일이 지났는데 야당이 이런저런 조건을 달면서 심사에 착수조차 못 하고 있는 것은 대단히 유감스러운 일”이라고 했다.
고승혁 기자 marquez@kmib.co.kr
‘호남선’ 탄 더민주… ‘야성’ 드러낸 국민의당
입력 2016-08-02 18:40 수정 2016-08-02 21: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