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우올림픽, 아는 만큼 보인다 <8> 사격] ‘명사수’ 진종오, 사상 첫 3회 연속 金 쏜다

입력 2016-08-02 18:49
사격 국가대표 진종오가 6월 16일 충북 진천선수촌 사격장에서 열린 2016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미디어데이에서 표적을 겨누고 있다. 뉴시스

사격을 여가로 즐기기 시작한 사람들은 16세기 유럽인들이었다. 독일과 스위스의 수공업자들이 탄환을 직선으로 날릴 수 있는 소총을 개발하면서였다. 전쟁·사냥용 화기였던 총은 이때부터 여가를 위해 쓰였다. 스위스 제네바 관리들이 1450년 사격대회를 열었다는 기록은 있지만 탄환의 직선비행이 불가능한 화승총으로 총포술의 우열을 가리기란 사실상 불가능했다.

사격은 유럽의 근대화 과정에서 가장 인기 있는 오락 중 하나로 떠올랐다. 아시아 아프리카 아메리카 오세아니아를 침략하며 팽창했던 그 시절 유럽인들에게 총은 국력의 상징이기도 했다. 독일 프랑스 세르비아 스칸디나비아반도에서는 사격클럽이 우후죽순처럼 등장했다. 스위스는 16∼19세 소년들에게 사격을 필수과목으로 교육했다. 영국 미국은 19세기 전국적인 총포협회를 설립했다.

사격은 유럽·북미의 열광적인 인기를 등에 업고 1896년 그리스 아테네에서 열린 제1회 올림픽에서 정식종목으로 채택됐다. 세계의 군인과 사냥꾼들은 실력을 뽐내기 위해 올림픽으로 모였다. 양궁 투창 투포환처럼 무기를 활용한 여러 종목들이 있었지만 화약을 사용해 폭음을 내고 엄청난 볼거리를 제공한 종목은 오직 사격뿐이었다. 1900 파리올림픽에서 포격이 있었지만 프랑스 국적 선수들만 출전해 그 대회에서 폐지된 비공식종목이었다.

사격은 초창기 올림픽에서 총이 가진 폭력성을 그대로 노출했다. 파리올림픽에선 살아있는 비둘기에게 총을 쐈다. 300마리에 달하는 비둘기들이 관중의 눈앞에서 죽었고, 경기장은 피와 새털로 뒤덮였다. 1대 1 권총대결도 있었다. 사람간의 대결이 아닌 마네킹의 목에 건 표적을 쏘는 방식이었다. 사람을 향해 총을 쏘는 듯한 모습이 올림픽의 취지와 부합하지 않아 폐지됐다. 1912 스톡홀름올림픽에서는 움직이는 사슴모양 인형을 쏘는 러닝디어 종목도 있었다.

현세대 올림픽에서 사격은 크게 3종목으로 분류할 수 있다. 권총 소총 엽총이다. 권총과 소총은 일정한 거리에서 표적을 정확하게 맞히는 경기다. 정적 속에서 방아쇠를 당기는 손가락의 미세한 움직임이 전부지만 그 긴장감과 몰입감을 즐기는 것이 권총과 소총의 매력이다.

엽총은 박진감이 넘친다. 비둘기 대신 진흙으로 빚은 접시(클레이)를 날려 맞히는 방식이다. 선수는 표적을 쫓아 팔을 이리저리 움직이고, 탄환에 맞은 접시는 산산조각나면서 보라색 연기를 내뿜는다.

사격의 최대 강대국은 미국이다. 콜트 리볼버를 들고 올림픽 원년 금메달을 휩쓸었던 하버드대 출신 존·섬너 페인 형제를 시작으로 지금까지 53개의 금메달(은 29·동 25)을 휩쓸었다. 그 뒤를 러시아(금 24) 중국(금 21)이 뒤쫓고 있다. 스웨덴 노르웨이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독일 등 유럽 국가들도 강세다. 한국은 지금까지 금메달 6개(은 7·동 1)를 수확했다. 전체 12위, 아시아 2위다.

한국의 간판스타는 진종오다. 진종오는 앞서 세 차례 올림픽에서 금메달 3개와 은메달 2개를 수확했다. 2016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목표는 2관왕이다. 공기권총 10m와 권총 50m에 출전한다. 권총 50m에서 금메달을 차지하면 한국의 모든 종목을 통틀어 처음으로 올림픽 3연패를 달성할 수 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