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값 폭등… 한우 무죄, 정부 유죄!

입력 2016-08-03 04:13

한우 가격이 치솟고 있다. 정부가 지난 5월 단기 수급안정책을 내놨지만 오름세는 꺾이지 않고 있다. 최소 1∼2년은 한우값을 잡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4년 전 한우 가격 폭락 당시 정부가 무리하게 한우 감축을 추진했던 게 부메랑이 돼 돌아온 것이다. 정치권과 이익단체의 목소리에 휘둘리거나 단기적 성과에 급급하지 않는 정부의 중장기 수급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4년 전 잘못된 판단에 가격 폭등

2012년 한우농가는 비상이었다. 공급 과잉으로 가격은 급락했다. kg당 도매가격(1등급 기준)은 1만원을 갓 넘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KREI)의 이번 달 전망치가 1만9000∼2만1000원인 점을 감안하면 지금의 절반이었던 셈이다. 여기에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로 축산농가의 어려움은 커졌다.

당시 정부의 수급안정 방안은 강력한 한우 감축이었다. 송아지 가격이 기준선 밑으로 떨어질 경우 농가에 최대 40만원을 지급하는 송아지생산안정제 기준을 엄격히 해 사실상 이 제도를 폐지했다. 이후 지금까지 제도 혜택을 본 한우농가는 한 곳도 없다. 2013∼2014년에는 2161억원의 예산을 들여 전체 한우농가의 12.5%에 해당하는 1만9700농가를 폐업시켰다.

그러나 한우 생산량은 임신기간과 사육기간을 포함하면 40∼54개월 전에 결정되는데 정부는 3∼4년 뒤를 생각지 않았다. 이미 2011년 한우 사육두수는 감소세로 접어들었다. 그 결과는 올해 초부터 시작된 한우 가격 폭등으로 나타났다. 민간 농업연구기관 GS&J 이정환 이사장은 “한우 사육두수가 2011년 3분기부터 감소기에 접근하고 있었던 점을 감안하면 당시 암소 도축이 가속화되지 않도록 브레이크를 밟는 정책이 필요했는데 도리어 정부는 가속페달을 밟았다”고 말했다.

백가쟁명식 요구에 중심 잡아야

농림축산식품부는 4년 전 정책 판단에 문제가 있었다는 데 동의한다. 그러나 이면을 보면 농식품부만 탓할 수 없다. 당시 관련 농민단체와 정치권은 한목소리로 한우 감축을 위한 지원 확대를 요구했다. 한·미 FTA에 따른 폐업지원 제도도 한우농가 감축에 큰 역할을 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2일 “FTA로 인한 폐업인지를 판단해 선별 지급해야 한다는 게 정부 입장이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고 일괄 지급됐다”면서 “3∼4년 후 수급 상황이 역전될 수 있다는 말을 꺼낼 분위기가 아니었고, 결과적으로 정책 미스가 됐다”고 말했다.

오는 10월 발표 예정인 중장기 한우 수급대책을 앞두고 4년 전과 같은 백가쟁명식 요구가 잇따르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송아지생산안정제 부활을 요구하고 있고, 영세 한우농가도 보조금 지급 확대를 원하고 있다. 반면 100마리 이상을 키우는 대형 한우농가는 정부의 인위적 시장 개입을 반기는 분위기는 아니다. KREI 이형우 연구위원은 “정부의 시장 개입을 최소화하면서도 적정 사육두수 등 한우농가들이 합리적 경영 판단을 할 수 있도록 정보를 충실히 제공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세종=이성규 기자 zhibago@kmib.co.kr, 그래픽=공희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