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심상찮은 하반기 경기 상황 경각심 가져야

입력 2016-08-02 18:59
각종 경제지표가 시사하는 하반기 경기 상황이 예사롭지 않다. 정부 부처 등을 중심으로 일각에서 제기된 ‘경기 바닥론’은 섣부른 희망에 그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우선 경기 호조의 관건으로 여겨져 온 수출 회복세가 예상보다 미약하다. 1일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수출입동향에 따르면 7월 수출은 전년 동월 대비 10.2% 감소했다. 앞서 두 달 연속 마이너스 한 자릿수(-6%, -2.7%)였던 수출증가율이 마이너스 두 자릿수로 악화됐다. 조업일수 등이 월마다 들쭉날쭉한 만큼 가장 정확한 기준으로 통하는 일평균 수출증감률을 봐도 전년 동기 대비 -4.4%로 6월(-0.6%)에 비해 크게 확대됐다.

유일호 경제부총리 등은 8월에는 수출이 플러스로 돌아설 것이라고 공언한 바 있다. 하지만 지난해 수출증가율이 -15.2%로 최악이었던 데 따른 기저효과를 기대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9, 10월에는 다시 수출증가율이 마이너스로 돌아설 것이라는 얘기다.

문제는 수출증가율의 플러스, 마이너스가 아니라 전반적인 대외 경제 환경이다.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와 유럽 은행권 위기 가능성 등 불확실성이 여전히 진행형이다. 자국 산업 보호를 위한 보호무역주의가 미국뿐 아니라 인도 등 신흥국으로도 확산되는 추세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따른 중국의 무역보복 움직임이 앞으로 현실화할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한다.

상반기 경기를 그나마 유지해 온 내수도 체력이 소진되는 모양새다. 7월 자동차 내수 판매가 전년 동기 대비 10.6% 줄었다. 개별소비세 만료 후 우려했던 ‘소비 절벽’이 현실로 나타났다. 소비와 함께 내수를 이끌어 온 건설투자도 한계가 뚜렷해졌다. 주택 분양시장 과열에 따른 주택담보대출 급증으로 정책 당국이 부동산 시장에 메스를 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7월 소비자물가상승률이 0.7%로 10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한 것도 상황을 복잡하게 한다. 올 2∼4월 1%대로 올라섰던 물가상승률은 5월(0.8%) 0%대로 다시 꺾였다. 6월(0.8%)에 이어 7월까지 3개월째 0%대다. 주로 국제유가 하락에 따른 것이긴 하지만 저물가가 이어지면 경제주체들의 기대인플레이션이 낮아질 공산이 크다. 이는 일본이 빠졌던 디플레이션 늪으로 우리 경제가 떼밀려 갈 수 있다는 점에서 불길한 신호다.

하반기에는 대외 경제 환경의 불확실성이 더욱 높아지고 내수와 수출의 두 엔진이 기대에 미치지 못할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수요 진작에 초점을 맞춘 한국은행과 정부의 정책 공조가 절실하다. 한은은 추가 금리 인하 시 역효과만 우려할 게 아니다. 기획재정부 등도 이미 너무 소극적인 대응이라는 추가경정예산안(추경) 제출로 모든 것을 털었다고 할 게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