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리우올림픽 개막식은 그동안 큰 관심을 받지 못했다. 원래 올림픽을 치르는 국가가 개막식에서 무엇을 보여줄지 관심이 집중되는 게 일반적이지만 이번엔 경제 위기, 정치 불안, 지카바이러스 확산, 범죄율 증가 등 각종 악재가 쏟아지는 상황에서 올림픽이 제대로 치러질 수 있을지조차 의구심이 들었기 때문이다.
근대 올림픽 120년 역사상 가장 무질서하고 걱정스러운 대회가 될 것이라는 우려가 여전하지만 어느새 리우올림픽 개막이 눈앞에 다가왔다. 페르난도 메이렐레스, 다니엘라 토마스, 앤드류차 웨딩턴 등 3명의 영화감독이 공동으로 예술감독을 맡았으며, 안무가 데보라 콜커가 6000명 이상의 자발적 참가자들이 추는 춤의 안무를 담당했다. 개막식까지 비공개이긴 하지만 지난 5월부터 리허설이 한창인 가운데 이번 개막식의 콘셉트는 “적은 예산으로 화려함 대신 독창성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5일 오후 8시(한국시간 6일 오전 8시) 브라질에서 가장 큰 경기장인 마라카낭 스타디움(7만8639석)에서 열리는 개막식은 21세기 들어 치러진 올림픽 개막식 가운데 가장 적은 비용으로 치러진다. 영화 ‘눈먼 자들의 도시’ ‘시티 오브 갓’ 등으로 유명한 메이렐레스 감독은 지난해 해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브라질은 현재 금융위기에 처해 있다. 우리에겐 위생시설과 교육에 들어가야 할 돈이 더 시급하다. 개폐막식 비용은 런던 올림픽의 10% 수준으로 줄이겠다”고 밝힌 바 있다.
런던올림픽의 개막식은 4150만 달러(약 460억원)가 소요됐다. 21세기 들어 올림픽 개막식이 자국의 위신을 세우고 문화유산을 뽐내는 장으로 활용되면서 예산이 이전에 비해 기하급수적으로 폭등한 가운데 런던올림픽은 가장 경제적이라는 평가를 받은 바 있다. 앞서 2008 베이징올림픽의 개막식은 1억 달러(약 1100억원)가 투입됐다. 리우올릭픽의 경우 50억원 안에서 치르겠다는 것이다.
메이렐레스 감독은 또 “개막식에서 하이테크 장비나 이동무대나 항공장비 등은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 우리가 미친 듯이 돈을 낭비하지 않게 돼서 기쁘다”면서 “우리는 소위 고급문화를 가지고 있지 않다. 물론 오케스트라, 마에스트로, 피아니스트 등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우리의 본모습은 아니다. 브라질의 아름다움은 우리의 ‘근원’에서 나온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리우올림픽 개막식은 삼바, 보사노바 등 브라질이 자랑하는 다양한 음악과 춤의 향연으로 꾸며질 예정이다. 아니타, 카에타노 벨로조, 질베르토 질, 파울로 조빔 등 세계적인 브라질 아티스트들이 무대에 오르며, 슈퍼모델이었던 지젤 번천도 출연이 확정됐다.
특히 매년 2월 말부터 3월 초 리우에서 열리는 세계적인 축제 ‘리우 카니발’ 퍼레이드가 이날 다시 한 번 재현될 예정이다. 도시 전체가 축제에 빠지는 리우 카니발은 화려하고 웅장하기로 유명하다. 메이렐레스 감독은 “리우에서 카니발을 빼고 올림픽을 여는 것은 말이 안 된다. 브라질 사람들은 카니발과 함께 살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리우 카니발 퍼레이드 참가자들이 워낙 노출이 많기 때문에 영국의 데일리 메일 등 해외 언론은 역대 올림픽 개막식 가운데 가장 섹시한 개막식이 될 것으로 예상하기도 했다.
한편 탄핵으로 직무 정지된 지우마 호세프 대통령을 대신해 권한대행을 맡고 있는 미셰우 테메르 부통령이 올림픽 개회를 선언할 예정이다. 그리고 개막식 하이라이트인 성화 최종 점화자로는 설명이 따로 필요 없는 ‘축구 황제’ 펠레(75)가 1순위로 언급되고 있다. 이외에 브라질 요트와 테니스에서 각각 세계 정상에 섰던 토르벤 그라에우 우(56)와 구스타보 쿠에르텐(30)도 거론되고 있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
삼바·보사노바의 향연… 가장 ‘섹시한’ 개막식
입력 2016-08-03 04: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