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금융, 충당금 폭탄에 상반기 2000억대 적자

입력 2016-08-02 18:31
NH농협금융이 조선·해운사 구조조정에 따른 대규모 충당금(빌려준 돈을 떼일 것에 대비해 준비하는 자금) 탓에 올 상반기 2000억원대 적자를 기록했다. 2012년 신용·경제사업 분리(신경 분리)로 NH농협금융이 출범한 이후 반기 기준 최대 적자다.

NH농협금융은 상반기 2013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고 2일 밝혔다. NH농협생명 등 비은행 부문은 이익을 냈지만 주력 계열사인 NH농협은행의 상반기 적자 규모가 3290억원으로 집계됐다. NH농협금융의 2분기 적자액은 2907억원으로 지난해 4분기(2174억원 적자)보다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어닝 서프라이즈’를 달성한 다른 금융지주와 달리 농협금융이 대규모 적자가 난 것은 익스포저(위험노출액) 규모가 큰 조선·해운사들이 대거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가면서 충당금 적립액이 늘었기 때문이다. 농협금융은 법정관리에 들어간 창명해운과 STX조선에 대해 충당금으로 각각 2990억원과 4398억원을 적립했다. 상반기 농협금융이 적립한 충당금만 1조3589억원으로 집계됐다.

또 농협(NH) 브랜드 사용 명목으로 중앙회에 내는 명칭사용료가 올 상반기에만 1917억원에 달해 적자 폭을 키웠다. 명칭사용료는 농협법상 농업인 지원을 위해 계열사(영리법인)가 중앙회에 내는 돈으로 농협금융은 지난해 3525억원을 지불했다. 농협금융 관계자는 “하반기 충당금은 4000억원으로 예상돼 올해만 1조7000억원을 충당금으로 적립할 것”이라며 “하반기에는 상반기 부진한 실적을 만회해 소폭의 흑자를 달성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