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기자-강준구] 검찰의 ‘정치병’

입력 2016-08-03 04:00

결국 새누리당 노철래 전 의원만 구속됐다.

검찰이 국민의당 박준영 박선숙 김수민 의원에 대해 지난달 28일 구속영장을 재청구하면서 야당 탄압 논란을 피하기 위해 ‘면피’처럼 밝힌 여당 사례였다. 그런데 웃지 못할 일이 벌어진 것이다.

대검찰청에서 “4·13총선 선거사범 중 가장 혐의가 중하다”며 힘을 보탰지만 법원 판단은 달랐다. 구속영장 기각 시 ‘증거인멸·도주 우려가 없다’는 짤막한 사유만 내놓던 법원은 세 건에 대해 공통적인 새 기각 사유를 내놓았다. “피의자 방어권을 지나치게 침해한다.”

수사단계에서 피의자 구속은 ‘증거인멸·도주 우려’가 없을 경우 ‘진짜 나쁜 놈’ 처벌을 원하는 국민 법감정 해소를 위한 것으로 여겨진다. 모든 건 법정에서 따지자는 공판중심주의의 극히 예외적 절차다. 검찰은 왜 ‘지나친 피의자 방어권 침해 가능성’에도 총선 리베이트 의혹에 대해 별다른 혐의 추가 없이 구속영장을 재청구했는지 스스로 답할 수 있어야 한다.

검찰 내부에선 법원을 탓하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외부 시선은 싸늘하다. 애초에 박준영 의원 건을 ‘패키지’로 묶은 것부터 석연찮다. 이 건은 박 의원이 국민의당 입당 전 벌어진 일로, 뇌물 공여자가 실형을 선고받아 구속영장 발부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우세했다.

이를 굳이 함께 묶어 밝힌 건 박선숙 김수민 의원만 별도로 구속영장을 재청구했다가 기각될 경우 불어올 역풍을 우려한 ‘보험용’으로 해석된다. 그런데 전부 기각됐으니 검찰 체면이 말이 아니다.

검찰은 자체 검찰개혁추진단을 설치했지만 외부 기대는 크지 않다. 법조비리 때마다 ‘뼈를 깎는 반성’을 외치는 통에 ‘더 이상 깎을 뼈도 없다’는 말도 회자된다. 선거 때마다 반복되는 정치적 논란을 극복하기 위한 시스템이 마련되지 않고선 검찰 자체가 위태로워질 것이다. 정치권 논의 수준을 보니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는 그 시작에 불과하다.

강준구 정치부 기자 eye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