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8·9전당대회가 한 주 앞으로 다가왔지만 최악의 흥행 참패로 ‘컨벤션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우려가 내부에서 쏟아지고 있다. 당권주자 모두 계파 청산을 외쳤지만 정권 재창출을 위한 수권 비전은 묻히고, ‘친박(친박근혜) 비박(비박근혜) 대리전’이라는 해묵은 진영 구도만 부각되는 모습이다.
2일 현재 친박계는 당권주자 5명 중 이주영 이정현 후보를, 비박계는 정병국 주호영 한선교 후보를 중심으로 지지세를 굳혀가는 모양새다. 각종 여론조사를 통해 선두그룹이 형성되고 있지만 당 내부에서는 특정 후보에 대한 뚜렷한 쏠림현상은 아직 나타나지 않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결국 전대를 앞두고 후보 단일화나 특정 후보 밀어주기 움직임이 가시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다.
단일화 움직임에 가장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는 건 비박계 정병국 후보다. 정 후보는 전날 TV 토론에서 “혁신이라는 가치를 함께할 후보가 있다면 같이할 것”이라며 단일화 동참을 촉구했다. 정 후보는 애초 단일화 논의를 함께했던 주호영 후보를 염두에 두고 있다. 다만 정 후보 캠프 내부에서도 명분 없는 비박 단일화는 또 다른 계파 구도의 연장선으로 평가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 의원은 역시 오전 라디오 인터뷰에서 “단일화를 생각하지 않고 끝까지 당원의 선택을 받으려고 결심하고 있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주위에서 비박 후보 표가 갈라져서는 어려우니 합쳐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있을 뿐”이라고도 했다.
그러나 당내 비박계 재선과 중진 의원들은 물밑에서 정 후보와의 단일화를 촉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총선 책임론과 공천 개입 녹취록 논란 등으로 당 안팎에서 주류 친박에 대한 공분이 큰 상황임에도 당권을 잡지 못할 경우 오히려 친박 패권만 강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큰 것으로 알려졌다. 오는 7일 전국 선거인단 현장투표가 진행되는 만큼 4일 예정된 KBS·MBC·SBS 공동 주최 TV 토론이나 5일 충남 천안 합동연설회가 분수령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친박계는 각자도생 행보를 펴면서도 비박 단일화를 강하게 견제하고 있다. 이주영 후보는 기회 있을 때마다 “비박 단일화는 또 다른 패권주의”라고 맹비난하고 있다. 이정현 후보 역시 “비박 단일화는 관심도 없다”며 완주 의지가 강하다. 후방 지원도 이어졌다. 친박 중진인 정갑윤 의원은 보도자료를 내고 “단일화는 당의 화합과 혁신을 해치는 해당행위”라며 “특정 계파로 투표하라는 협박정치와 구걸정치로 당의 품격을 떨어뜨렸다”고 했다. 김태흠 의원도 “일부 후보는 입으로만 혁신을 내세우고 계파 타령을 하며, 갈등을 부추기는 ‘선거 참패 책임론’과 ‘후보 단일화’ 등 정치공학적 계산에만 몰두하는 후진적 행태를 보이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친박계에서도 막판 교통정리가 이뤄질 수 있다는 분석이 있다. 직접적인 단일화가 아니더라도 특정 후보에게 지지를 몰아주는 움직임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한 친박계 의원은 “비박계가 움직일 경우 가만히 있을 수만은 없다”며 “‘되는 쪽’으로 자연스럽게 표가 결집될 수 있다”고 말했다.
양 계파 수장인 김무성 전 대표와 최경환 의원의 역할론도 주목된다. 김 전 대표는 현재 지방으로 민생투어를 떠났지만 9일 전대에는 참석하기로 했다. 최 의원도 국회 외교통일위 현장 시찰을 끝내고 4일 귀국한다.
전웅빈 기자 imung@kmib.co.kr
원톱·대세 실종… 새누리 전대 직전 계파별 ‘될사람’ 밀기?
입력 2016-08-03 04: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