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시카고에서 10대 흑인 절도 용의자가 경찰의 총에 숨지는 사건이 다시 발생했다. 경찰 당국은 이례적으로 출동 대원 모두를 즉각 보직해임 하는 등 위법 가능성을 사실상 시인했다.
일간 시카고트리뷴은 지난달 28일 오후 7시30분쯤 시카고 남부 사우스쇼어에서 도난 신고된 재규어 컨버터블을 타고 가던 폴 오닐(18)이 검문을 피해 달아나다가 경찰이 쏜 총에 맞아 숨졌다고 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오닐은 경찰차를 피하려다 주차된 다른 차를 차례로 들이받았다. 이후 차에서 내려 도주하다가 총에 맞았다. 당시 오닐은 총기를 소지하지 않았다.
경찰 대변인은 “출동한 3명 가운데 2명이 총기사용 관련 내규를 위반했을 수 있다”며 “해당 경관을 보직해임하고 행정직으로 전환시켰다”고 밝혔다. 하지만 출동 대원들이 ‘보디캠’을 착용했다고 발표했다가 “녹화된 영상이 없다”고 말을 바꾸면서 논란이 증폭됐다. 흑인 주민들은 영상을 공개하라며 촛불집회를 시작했다.
흑인 인권운동 단체 ‘흑인의 생명도 소중하다(Black Lives Matter·BLM)’는 이날 6개의 공식 요구사항과 40개의 권고안을 발표했다. 2014년 8월 미주리주 퍼거슨에서 비무장 흑인 청년 마이클 브라운이 백인 경찰의 무차별 총격을 받고 사망한 사건 2주기를 맞아 내놓은 것이다. 2012년 단체 결성 후 처음이다.
BLM은 시위현장에서 경찰이 군인처럼 중무장하지 말라고 요구했다. 또 경찰의 공권력 남용의 최대 피해자인 지역주민이 이들을 고용하고 해고할 권리를 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형제 폐지 및 고용주가 전과기록을 활용하는 관행 중단도 강조했다.
김미나 기자 mina@kmib.co.kr
美 10대 흑인 또 경찰에 피격 사망
입력 2016-08-03 00: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