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자 최우선 순위는 정치·외부활동 아닌 교회 목회”

입력 2016-08-02 20:00 수정 2016-08-02 21:06
이정익 서울 신촌교회 원로목사는 1일 “목회자의 최우선 순위는 교회 목회”라면서 “한국교회 목회자들이 상식과 균형 잡힌 목회에 힘써야 한다”고 조언했다. 강민석 선임기자

“신촌성결교회 주일 1부 예배드리고 다른 교회로 설교하러 다닙니다. 47년 목회를 마치니 마음이 그렇게 홀가분할 수 없어요.”

지난 5월 은퇴한 이정익(70) 서울 신촌성결교회 원로목사는 합리적 리더십과 온화한 성품, 신사적 리더십으로 정평이 나 있는 인물이다. 기독교대한성결교회 100주년 총회장과 CBS기독교방송 이사장, 대한성서공회 이사장 등 굵직한 자리를 거쳤다.

1일 서울 마포구 개인사무실에서 만난 이 목사는 목회와 후임자 청빙, 교계연합 문제 등에서 상식과 균형감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 목사는 “다른 목회자들이 은퇴 때 어려움을 겪는 모습을 보면서 마지막까지 목회 에너지의 누수가 없도록 정말 조심스럽게, 최대한 절제하며 지냈다”고 웃었다. 이 목사는 “신촌성결교회 새 예배당도 2011년 주변 이웃들이 활용할 수 있도록 큰 빚을 내지 않고 지었다”면서 “그때 성도 수에 알맞게 지었는데 지금 보니 약간 좁은 느낌이 든다”고 설명했다.

그는 은퇴 후 희망재단을 설립했다. 신학생을 육성하고 전국 교회를 돌며 지친 미자립교회 목회자를 격려하기 위해서다.

충남 예산 출신인 그는 평생 ‘상식목회’ ‘균형목회’를 강조했다. 이 목사는 “목회자의 최우선 순위는 정치나 외부활동이 아닌 교회 목회”라면서 “총회장을 할 때도, 연합기관 일을 할 때도 우선순위는 교회였다. 그래서 지방·해외 행사도 최대한 자제했다”고 회고했다.

그는 “목회에 충실하다보면 외부에서 ‘정치를 해 달라’고 자연스럽게 요청하게 돼 있다”면서 “하지만 준비가 안 된 사람이 갑자기 정치를 하겠다고 나서면 그 격차를 메우려고 돈을 쓰게 되고 결국 문제가 터진다”고 충고했다.

이 목사는 “시대가 많이 변했다. 지금은 군림의 목회가 아닌 누구나 납득할 수 있는, 상식과 합리성을 지닌 목회를 해야 한다”면서 “만약 절차를 무시하고 재정을 함부로 사용하다간 나중에 올무에 걸린다. 교회 규모가 크든 작든 공과 사의 구분부터 확실히 하라”고 충고했다.

1년 설교를 미리 계획하고 틈이 날 때마다 2∼3개월 치 설교의 재료를 꾸준히 채워나갔다는 그는 “성도들이 원하는 설교는 조미료를 많이 사용한 퓨전음식과 같은 설교가 아닌 어머니가 해주는 음식처럼 정성이 담긴 설교였다”고 설명했다.

그의 후임은 연세대에서 신약학을 가르치던 박노훈 목사다. 교회는 이 목사의 지시에 따라 청빙광고나 이력서 접수, 설교 시범 없이 청빙위원회를 구성해 은밀하게 다수의 후보군을 선정했다. 그리고 최종 후보 3명을 압축한 뒤 예의를 갖춰 박 목사를 청빙했다.

이 목사는 “파벌과 분쟁을 막기 위해 청빙과정에는 일절 관여하지 않았다. 그러나 최종 후보를 보니 내가 생각했던 후보와 별 차이가 없었다”고 귀띔했다. 그는 “한국교회가 사원 뽑듯 이력서를 받고 설교를 들어본 후 후임목사를 선정하는 게 바람직한지는 의문”이라며 “평신도와 목회자의 시각은 분명 다르다. 교계 중진 목회자들의 추천을 받는 것도 좋은 방법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이 목사는 한국교회가 연합사업을 잘하려면 조화부터 이루고 양질의 콘텐츠를 제시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그는 “연합 기관에서 무작정 사업부터 하려 하지 말고 각 기관과 총회가 협력해 조화를 이룰 생각부터 해야 한다”면서 “한국교회가 결집된 힘을 갖고 이단, 이슬람, 동성애의 도전 앞에 사회적 언어로 치밀하게 대응해야 한다. 동시에 한국사회를 위해 어떻게 공헌할지도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백상현 기자 100s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