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마솥·찜통 앞세운 더위, 강원도 평창 이끼계곡

입력 2016-08-03 21:05
강원도 평창군 장전리 이끼계곡을 찾은 피서객이 초록세상으로 물든 바위에 앉아 계곡물을 바라보며 더위를 식히고 있다.
‘가리왕산의 산삼 썩은 물’이라 불릴 만큼 깨끗한 물이 흐르는 막동계곡 입구의 삼단폭포. 10여m 높이의 웅장한 폭포가 뿜어내는 바람과 물안개가 시원하다.
평창의 오지에 속하는 뇌운계곡은 굽이굽이 경치가 빼어나다. 계류를 타고 흐르며 래프팅을 즐기는 일행이 급류에서 짜릿한 스릴을 맛보고 있다.
강냉이공이국수
한여름의 강원도 평창은 역시 계곡이다. 평창은 발왕산(1458m), 가리왕산(1157m) 등 명산에 둘러싸여 있다. 산이 높으니 계곡이 깊고, 계곡이 깊으니 물이 맑을 터. 가마솥 더위에 지친 몸과 마음을 시원하게 식혀줄 계곡이 즐비하다. 저마다 품이 넓은 계류는 수정처럼 맑고 깨끗해 물놀이하기에도 그만이다. 대부분 자동차 도로에 인접해 있어 발품을 많이 팔지 않아도 된다. ‘대한민국 피서 1번지’ 평창의 대표적인 여름 계곡 장전·막동·원당·뇌운·흥정계곡을 찾아 무더위에 쉼표를 찍어보자.



태곳적 신비를 간직한 초록세상, 장전계곡

진부면 장전리에 자리한 장전계곡은 산림유전자원 보호림인 가리왕산 심산유곡에서 발원하는 이끼계곡이다. 크고 작은 폭포와 바위 틈새를 휘감아 도는 계류가 마치 살아서 꿈틀대는 듯 신비롭다. 계곡미도 빼어나고 수량도 풍부하다. 물길을 따라 옥빛의 소(沼)가 줄을 잇는다. 생명의 또 다른 징표를 보여주는 이끼계곡에 들어서면 눈이 먼저 호사한다. 계곡과 어우러진 푸르디푸른 이끼는 한 폭의 산수화를 연상케 한다. 온통 ‘초록세상’이어서 강원도에서도 가장 깊숙한 오지에 온 듯한 착각을 준다. 톡 건드리기만 해도 손에 초록물이 묻어 날 듯하다. 물이 뿜어내는 서늘한 냉기가 아니더라도 신비한 기운을 풍기는 돌이끼를 보는 것만으로 무더위는 순식간에 사라진다.

차가운 계곡물에 발을 담그면 금세 발가락이 오그라들고, 몸을 담그면 채 1분을 버티기 어렵다. 물웅덩이 주변엔 반석이 잘 형성돼 있다. 책을 읽으며 쉬거나 물놀이를 하기에 딱 좋다. 발아래가 무척 미끄럽기 때문에 이동할 때 조심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이끼가 다치지 않게 주의하는 것도 필수다. 넓고 가파른 계류는 10여㎞를 흘러 봉평읍내를 훑고 유포리·개수리·하안미리에 이르는 17㎞ 구간에서 금당계곡으로 이름을 바꾸고 오대천으로 흘러간다.



삼단폭포가 만드는 바람과 물안개, 막동계곡

장전리와 막동리에 걸쳐 있다. 장전계곡에서 300m 정도 떨어져 있다. 두 계곡 간의 거리는 가까워도 계곡수의 원천은 전혀 다르다. 장전계곡은 가리왕산, 막동계곡은 백석산에서 발원한다. 두 계곡을 거친 물줄기는 오대천에서 합류한다.

막동계곡의 규모는 장전계곡보다 작다. 하지만 3㎞ 남짓 이어지는 이 계곡은 규모는 작지만 풍부한 수량과 깨끗한 수질을 자랑한다. ‘가리왕산의 산삼 썩은 물’이라 불릴 만큼 깨끗해 그냥 마셔도 될 정도. 1급 청정수에서 서식하는 물고기들의 보금자리이기도 하다. 명당자리는 입구에 있는 10여m 높이의 웅장한 삼단폭포 아래. 폭포가 뿜어내는 바람과 물안개로 폭포 아래는 멀리서 봐도 서늘해 보인다. 다만 지금은 평창동계올림픽을 앞두고 도로확장 공사중이어서 접근하기가 어렵다.

계곡은 초입부터 크고 작은 자연석이 뒤덮인 사이로 맑은 물이 흐르고 계곡 전체에 천연림이 울창하게 우거져 있다. 위로 올라갈수록 계곡은 깊어진다. 접근이 어려운 곳도 있지만, 펜션이나 산방 등 건물 주변의 소는 사람의 흔적이 느껴지지 않을 만큼 원시적인 느낌을 준다.



때 묻지 않은 고요함, 원당계곡

인적이 드문 곳을 찾는다면 원당계곡이 제격이다. 평창읍 원당리에 있는 6㎞ 구간의 차갑고 맑은 계곡이다. 사람의 손길이 거의 닿지 않아 원시계곡의 아름다움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그 가운데 덕말∼용소골 사이 약 2㎞ 구간이 일품이다.

평창읍에 있는 백덕산(1350m)에서 발원한다. 평창강 유원지와 뇌운계곡에 가려 일반인에겐 많이 알려지지 않았다. 쉬리, 모래무지, 어름치, 갈겨니, 버들치 등 1급수에서만 사는 물고기의 보금자리로 남아 있다. 이 일대는 예전부터 느릅나무가 많이 자생해 느릅골이라고도 불렸다.

투명하게 바닥이 들여다보이는 시원한 계곡물에 발을 담그고 있노라면 한여름의 무더위는 거짓말처럼 싹 사라진다. 피서가 더위뿐 아니라 세상의 번잡함으로부터 탈출하는 것이라면 이 계곡이 제격이다. 계곡은 길지도 넓지도 않지만 고요함이 길어 올린 깊이를 맛볼 수 있다.



오지 중의 오지, 뇌운계곡

원당계곡 아래는 뇌운계곡이다. 평창에서도 오지에 속한다. 계곡이라고는 하나 평지를 흐르는 강과 다름없다. 평창강과 계촌천이 합쳐지는 합천소에서 평창읍 뇌운리까지 4㎞에 걸친 이 계곡은 평창강을 따라 굽이굽이 경치가 빼어나다. 계류는 깊고 넓으며 수량도 풍부하다. 곳곳에 모래밭과 조약돌밭이 있어 야영과 물놀이에 제격이지만 그늘이 없는 것이 흠이다.

비포장도로를 따라 굽이굽이 계곡을 파고들면 강과 계곡이 만나는 지점에 수시로 소와 바위가 나타난다. 청정담수 밑에 쏘가리, 꺽지, 메기가 노니는 모습도 볼 수 있다. 최근에 계곡 인근에 민박집과 음식점 등 편의시설이 들어서 숙박에는 문제가 없지만 아직 교통은 불편한 편이다.

천렵이나 낚시, 래프팅 등 레저 활동을 즐기기에 적합하다. 래프팅은 합창소에서 출발해 형제바위, 우릉이소, 용소를 지나 뇌운보까지 7㎞의 구간에서 즐길 수 있다. 약 2시간 정도 소요된다. 형제바위 급류에서는 짜릿한 스릴을 맛볼 수 있고, 물이 잔잔한 곳에서는 수영도 즐길 수 있다.



발이 얼어붙는다, 땀띠공원

땀띠공원은 대화면을 흐르는 작은 개울이다. ‘땀띠물’로도 불린다. 지하에서 솟아오르는 냉천수로, 목욕을 하면 몸에 난 땀띠가 씻은 듯이 사라진다고 해서 붙여졌다. 주민들은 ‘굴물’이라고도 부른다. 마을을 둘러친 청룡산 자락의 크고 작은 샘통에서 흘러나온 물이라는 뜻이다. 아무리 가뭄이 심해도 마르는 법이 없다.

수온은 항상 10도가량을 유지하기 때문에 발을 담그면 땀띠는 쏙 들어가고 대신 소름이 돋는다. 상수도 시설이 갖춰지기 전에는 대화마을의 식수원으로 사용됐지만 지금은 이 일대에 공원이 조성돼 주민의 휴식처로 활용되고 있다.

이 일대에서 ‘2016평창더위사냥축제’가 오는 7일까지 열리고 있다. 신비의 땀띠물 체험, 행운의 송어 맨손잡기, 등골오싹 광천선굴 체험 등 가족 모두가 함께 즐길 수 있는 다채로운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다. 송어 맨손잡기, 대화천 반두 물고기 잡기 등 천렵 프로그램과 저렴한 가격으로 텐트를 빌려주는 캠핑 프로그램을 중심으로 감자캐기, 땀띠물 족욕하기, 모닥불 피우기, 사륜오토바이타기, 공예품 만들기 등등 다양한 체험이 가능하다.


여행메모


금당·신기·흥정·수항계곡 등 명소

메밀음식·산채백반 등 먹거리 별미


영동고속도로 가운데 53㎞ 구간이 강원도 평창의 봉평·용평·진부·대관령면 4개 지역을 통과하는 만큼 방문지에 따라 면온·장평·속사·진부·대관령(횡계)나들목을 이용하면 된다.

장전계곡과 막동계곡은 진부나들목이 편하다. 진부시내를 지나 정선 방향 59번 국도를 타고 곧장 가면 오른쪽으로 막동계곡으로 드는 입구가 나온다. 장전계곡은 막동계곡에서 5분 거리에 있다. 원당계곡은 둔내나들목으로 나와 42번 국도를 타고 평창 방면으로 가다 평창농협산지유통센터를 지나 우회전, 뇌운계곡 방향으로 가다 하일교 방향으로 우회전해 곧장 올라가면 된다.

이밖에 사람얼굴을 닮은 선바위와 9마리의 용이 하늘로 올라갔다는 구룡소 등의 명소를 품은 금당계곡, 옛 말에 말복까지 얼음이 있을 정도로 시원하다는 신기계곡, 흥정계곡, 수항계곡, 창수동계곡 등도 명소다.

평창은 메밀의 고장답게 메밀음식을 맛나게 하는 집들이 많다. 진미식당(033-335-0242), 미가연(033-335-8805), 옛골(033-336-3360)이 유명하다. 평창한우마을(033-334-9777)에서는 한우를 저렴하게 맛볼 수 있다. 진부나들목 인근 부일식당(033-335-7232)은 산채백반이 유명하다. 땀띠물 인근 토담막국수(033-333-3553)는 강냉이공이국수(사진)가 별미다(평창더위사냥축제위원회 033-334-2277).


평창=글·사진 남호철 여행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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