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힙합의 정석. 래퍼 따라잡기’ ‘유재석처럼 말하기’ ‘영화 볼 땐 뭣이 중헐까’. 지난 29일 찾은 경기도 양평 양수리수양관 곳곳에는 문화센터나 방송특강에서 볼법한 문구가 붙어 있었다.
호기심을 갖고 발을 들인 곳에서는 청년 30여명이 두 팔과 몸을 흔들며 비트(beat)에 맞춰 랩을 따라하고 있었다. 힙합 뮤지션들이 착용하는 큼지막한 금색 목걸이, 찢어진 스키니진을 입은 청년이 오늘의 강사였다. “죄 속에서 날 대속해 주신 주/운명의 추 악전고투/세상의 바다를 부유/주님 따라 런 투 유(Run to you).”
참가자들이 기독교와 관련된 랩을 돌아가며 따라하자 곳곳에서 환호와 박수가 터져 나왔다. 최근 큰 인기를 끌었던 힙합 경연 프로그램 ‘쇼미더머니’의 우승자 비와이를 연상시켰다.
이날 수양관에서는 ‘해외 유학의 실체’ 등 교육관련 콘텐츠부터 취업전략 대인관계 예능 취미 건강 스포츠 등 청년들의 ‘취향을 저격한’ 40여 가지 강의가 진행됐다. 서울 동대문구 답십리로 빛과진리교회(김명진 목사)가 새신자 1300여명을 위해 마련한 수련회 프로그램이다. 19년 전부터 매년 여름과 겨울 두 차례 진행해 38회째를 맞은 이번 수련회에는 기존 성도 2000여명을 포함해 3300여명이 참석했다. 이중 2900여명이 청년층이다.
체육관에서 한바탕 족구 경기를 펼친 김명진(55) 목사는 “청년들에게 교회가 이질적인 집단이 아니라 공동의 관심사를 갖고 즐기며 대화할 수 있는 곳이라는 것을 알려주고 싶다. 마음껏 즐기고 마음을 나눠달라”며 새신자들과 반갑게 인사를 나눴다.
강의 후 저녁식사를 마친 참석자들이 하나둘씩 예배당으로 모였다. 청년들이 마련한 퍼포먼스를 즐기기 위해서다. 암전된 무대 위에 현란한 조명이 켜지며 남녀 댄스팀이 ‘칼 군무’를 선보이자 콘서트장을 방불케 하는 환호성이 무대를 뜨겁게 달궜다. 삶과 시대적 고민을 담아 낸 무대도 선보였다. ‘한 가지 질문’이란 제목의 스킷드라마는 ‘만약 신을 만나서 오직 한 가지 질문을 할 수 있다면?’을 주제로 죽음과 삶에 대한 진지한 물음을 던졌다. 퓨전 판소리 공연을 통해서는 이번 수련회의 주제인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를 재미있게 풀어냈다.
새신자인 홍민성(20)씨는 “기독교를 ‘개독교’라고 부를 만큼 교회에 대한 거부감이 컸었는데 수련회에 참석해보니 편견의 벽이 무너진 느낌”이라며 “수준 높은 공연과 강의를 준비한 이들이 외부 전문가가 아니라 교회 성도들이어서 더 놀랐다”고 말했다.
90여분 동안 환호와 박수, 웃음이 내려앉은 무대에 찢어진 청바지를 입은 김 목사가 올랐다. 그는 “하나님이 ‘내가 하고 싶은 대로 사는 것을 막는 훼방꾼’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이미 세상의 탐욕에 찌든 신발을 신고 있는 것”이라며 자신이 신고 있던 신발을 벗었다. 이어 “신 앞에 겸손한 마음으로 ‘거룩한 항복’을 하면 인생이 훨씬 행복해 질 것”이라고 권면했다.
수련회에는 해외에서 유학 중인 이 교회 성도들의 초대로 온 외국인 참가자도 46명이나 됐다. 오스트리아에서 온 헬가 플레슈버거(31·여)씨는 “수련회에 온 청년들의 신앙 열정이 대단해 놀랐다”며 “지금 신학을 공부하고 있는데 석사과정을 마친 뒤 한국으로 와 팀사역과 그룹화된 성경공부에 대해 연구해보고 싶다”고 밝혔다. 양평=최기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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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혜와 젊음이 폭발… 빠져드는 수련회
입력 2016-08-02 20: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