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이진원] 일본의 장애우 보호시설 살인사건을 보는 눈

입력 2016-08-02 19:22

지난달 26일 새벽, 일본의 가나가와현 사가미하라시 장애우 보호시설에서 과거 직원에 의한 전대미문의 살인사건이 일어났다. 직원을 묶어두고 잠자던 장애우 19명을 살해하고 20여명에게 상처를 입혔다. 범인은 이 보호시설의 전 직원으로, 장애우들에게 모욕적인 언동을 해 경고를 받고 퇴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를 계기로 일본 내에서는 약자 대상의 잔혹 범죄에 대해 분개하는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그런 가운데 지난달 27일 눈여겨 볼만한 성명이 발표됐다. 특정비영리활동법인 ‘DPI(장애우 인터내셔널) 일본회의’는 항의 성명에서 “범인이 ‘장애우는 있어서는 안 되는 존재’라는 진술을 하였다는 보도가 있는데 이것이 사실이라면 이는 우생사상(優生思想)에 기반을 둔 행위로 볼 수밖에 없다”고 지적하고 우생사상과 싸워갈 것을 선언했다. 우생사상이란 2차대전을 일으키고 유대인을 말살하고자 했던 나치의 인종정책과 연결될 수 있는 매우 위험한 생각 중 하나다. 즉 다양한 구성원들로 이루어진 사회의 건강한 공존이 아니라 사회적 약자를 배척하고 말살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이어질 수 있는 것이다.

DPI 일본회의는 왜 우생사상을 언급했을까. 이는 현재 일본 내에 퍼져가고 있는 사회적 약자뿐 아니라 소수자 배척 분위기를 우려한 것이라고 본다. 범인은 일본 중의원 의장에게 보낸 편지에서 “장애우 470명을 말살할 수 있다”면서 이는 ‘일본사회를 위해’ ‘일본을 위한 커다란 제1보’라고 했다. 범인은 개인적인 원한이나 일시적 충동으로 범행한 것이 아니라 일본사회에 도움이 되지 않는 존재를 없애야 한다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극단적인 생각을 갖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다행히 일본사회에서는 이러한 잘못된 사고와 행동을 바로잡으려는 움직임이 매우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시민단체는 물론 중앙정부나 지방자치단체도 대책 마련에 나서는 등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이번 사건으로 곤욕을 치른 장애우들과 그 가족에게 깊은 위로의 말을 전하며 사회적 약자를 배척하는 사상과 행동이 일본은 물론 지구상에서 없어지길 간절히 바란다.

이진원 서울시립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