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기총-한교연 통합 늦출 수 없다] 말로는 “하나로”… 물밑선 “굳이 왜”

입력 2016-08-02 00:05
이영훈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대표회장이 지난 4월 19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한기총 임원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국민일보DB
조일래 한국교회연합 대표회장이 지난 1월 21일 서울 종로구 한교연 사무실에서 열린 회의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국민일보DB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에서 탈퇴한 교단들을 중심으로 2012년 3월 한국교회연합(한교연)이 출범한 이후 양대 연합기관의 통합은 한국교회의 지상명령이 됐다. 분열 초기에는 한기총 파행의 원인들이 온존돼 있었기 때문에 통합 논의 자체가 별 의미가 없었다. 그러나 한기총에 새로운 지도부가 들어서는 등 분열을 낳았던 문제점들이 해소된 뒤에도 통합 움직임은 지지부진하다. 왜 그럴까.

‘이단 문제’ 앞에 번번이 좌절=한기총과 한교연 통합의 최대 걸림돌은 한기총 내 이단 문제였다. 한교연은 한기총과 통합의 전제조건으로 류광수의 다락방전도총회 등 이단의 제명을 요구해왔다.

한기총은 전임 대표회장 시절 독자적인 이단 해제로 교계의 반발을 샀다. 공교단에서 이단으로 지정한 단체나 인사들을 연합기관이 임의로 해제해서는 안 된다는 반발과 함께 뒷거래 의혹까지 제기됐다. 다락방은 2013년 1월 한기총 임원회에서 이단 해제 결정을 받았고, 현재 대한예수교장로회 개혁(총회장 김운복 목사) 교단 소속으로 한기총에 가입돼 있다.

한기총도 이 문제가 걸림돌인 점을 잘 알고 있다. 다락방 소속 교단을 행정보류하거나 탈퇴시킨 뒤 한교연과 통합하겠다는 방침을 시사하기도 했지만 실현되지는 못했다.

한국교회 주요 7개 교단장은 지난 26일 한기총과 한교연 통합 방안을 제시하면서 이단 문제를 극복할 수 있는 안도 내놓았다. 한교연이 요구해온 한기총 7·7개혁정관으로의 복원과 주요 24개 교단 중심의 통합 방안이다. 한교연은 그러나 이번에도 “다락방 등 이단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다”며 부정적 입장을 밝혔다.

조일래 한교연 대표회장은 1일 “7개 교단장의 이번 통합 결의는 적극 환영한다. 우리가 원하는 바”라면서 “하지만 이단과 함께할 수는 없다. 다락방이 소속된 예장개혁을 한기총에서 제외하고 나서 통합을 논의할 수 있다”고 못 박았다.

통합 의지 있나, 없나=표면적으로는 이단 문제가 최대 걸림돌이지만 내막을 들여다 보면 더 큰 장애물이 있다. 통합의지의 결여다. 한기총은 기독교대한하나님의성회 및 기독교한국침례회와 군소교단이, 한교연은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통합, 대신, 기독교대한성결교회 등 중대형 교단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이런 구도이다 보니 한기총 분열 이전엔 기회가 없었던 군소교단 목회자들도 한기총에서 위원장 등 주요직책을 두루 맡고 있다. 이들 입장에선 현재의 분열구도가 나쁠 게 없을 수 있다.

한교연도 사정은 비슷하다. 한기총과의 차별성을 앞세워 2012년 출범했기 때문에 맨바닥에서 조직을 일으킨 전직 대표회장과 창립멤버들은 한교연 조직에 강한 애착을 갖고 있다. 이들은 한기총은 이단에 의해 오염됐고 군소교단이 주류이기 때문에 정통성이 한교연에 있다고 여긴다. 통합에 미온적일 수밖에 없는 정서적 이유가 있는 셈이다.

지난해 이영훈 한기총 대표회장과 양병희 한교연 전 대표회장이 물밑에서 통합논의를 했지만 불발에 그친 것도 각 조직이 지닌 한계가 분명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높다.

교계 연합기관의 A 목사는 “한교연을 세운 주체 세력 입장에선 조직에 대한 애착이 누구보다 강한 편”이라며 “그렇다보니 대표회장이 한기총과의 통합을 추진할 때 이단문제를 앞세워 문제제기하는 것도 이런 이유”라고 귀띔했다. 그는 “한기총의 군소교단 임원들도 겉으로는 통합을 이야기하지만 실제론 자신의 자리를 내놓으면서까지 통합에 나설 이유가 없다”면서 “이런 복합적인 정서가 양 기관의 통합을 어렵게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단들도 세력화=한기총 내부의 이단들도 무시하지 못할 영향력을 갖고 있다. 한기총에는 다락방 외에도 김모씨, D선교회 제자그룹, 이모씨 그룹, 신모씨, 고 박모씨 제자그룹 등 여러 이단이 들어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들은 ‘이단에서 벗어나기 위해 막대한 재정과 인력을 투입, 어렵게 한기총에 가입했는데 한교연 요구대로 쉽게 탈퇴할 수 없다’는 입장을 갖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스스로 신학적으로 문제가 없는데 억울하게 이단으로 지목됐다는 인식을 갖고 있는 데다 교계 일부 인사들까지 이에 동조하고 있다. 이 때문에 한기총 내에서도 교통정리가 쉽지 않다.

교계 연합기관의 B목사는 “한기총 내 군소교단 관계자와 특정 인사들이 이단들과 함께 한기총 내 견고한 세력을 형성하고 있다”면서 “이들이 이영훈 대표회장이 추진하는 개혁은 물론 통합 논의마저도 발목을 잡고 있다”고 지적했다.

C목사도 “한기총이 자체적으로 이들 이단세력을 개혁할 수는 없는 상황”이라며 “차라리 한교연 소속 교단이 한기총에 들어와 개혁에 힘을 실어주는 게 현실적일 수 있다”고 조언했다.

특별취재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