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빈·수지가 한효주·이종석에 밀린 이유

입력 2016-08-02 21:42
김우빈·수지 '함부로 애틋하게'
한효주·이종석 'W-두개의 세계'
KBS 2TV ‘함부로 애틋하게’(왼쪽 사진)의 성공을 의심하는 이는 거의 없었다. 주연급 캐스팅부터 극본·연출까지 모든 게 갖춰진 듯했다. ‘태양의 후예’와 닮은꼴 대박을 기대했던 것도 무리는 아니다. 하지만 뚜껑이 열리자 상황은 예기치 않게 흘러가고 있다.

지난달 6일 첫 방송된 ‘함부로 애틋하게’는 시청률 12.5%(닐슨코리아·전국 기준)를 기록하며 순조롭게 출발했다. 동시간대 1위라는 점에서 만족스러웠다. 그러나 시청자 반응이 심상치 않았다. 1회부터 과거와 현재를 시시때때로 넘나드는 전개에 좀처럼 내용을 이해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2주차에 들어서면서 결국 하락세를 탔다. 3주차였던 지난달 20∼21일 경쟁작 MBC ‘W-두 개의 세계’(오른쪽)가 첫 선을 보였을 때까지는 가까스로 우위를 점했다. 4주차인 지난달 27∼28일 전세가 뒤집혔다. 시청률이 8%대로 떨어지면서 ‘W’에 수목극 왕좌를 내주고 말았다.

‘함부로 애틋하게’의 맹점은 대본에 있었다. 멜로의 대가로 불리는 이경희 작가가 예상 밖의 한계를 드러냈다. 주인공(김우빈)의 시한부 인생, 출생의 비밀, 캔디 같은 여주인공(배수지), 그리고 ‘신데렐라 신드롬’까지 뭐 하나 새로울 게 없었다.

이 작가의 전작 KBS 2TV ‘미안하다, 사랑한다’(2004)를 답습한다는 지적에서 자유롭지 않다. 전반적인 내용과 설정이 ‘올드’하다는 평가다. 같은 말을 반복하는 듯한 지지부진한 전개는 실망감을 안겼다. 신파를 찍었다 로코(로맨틱 코미디)를 찍었다, 널을 뛰는 캐릭터도 의아하다.

반면 ‘W’는 기발한 대본으로 역전의 발판을 마련했다. tvN ‘인현왕후의 남자’(2012) ‘나인: 아홉 번의 시간여행’(2013) 등 타임슬립을 소재로 한 드라마에 일가견이 있는 송재정 작가의 장기가 십분 발휘됐다.

만화 속 세계와 현실세계의 경계가 허물어진다는 설정부터 신선했다. 긴장감 넘치게 이어지는 연출이 시청자 시선을 사로잡았다. 로맨스 연기에 특화된 한효주·이종석은 비현실적인 스토리에 설득력을 불어넣고 있다.

‘함부로 애틋하게’는 중국 동시 방영을 목표로 100% 사전 제작됐기에 수정의 여지가 없다. 다만 불치병을 앓는 한류스타 역을 맡아 열연한 김우빈의 고군분투가 매회 빛난다. 3일 방송되는 9회에서는 개선의 실마리를 찾을지 주목된다.

한 관계자는 “아무리 훌륭한 캐스팅이라도 결코 작품의 성공을 담보하지 않는다”며 “흥미와 공감을 불러일으킬만한 스토리와 이를 탄탄하게 끌어갈 수 있는 대본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