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손예진(34)과 수애(37)는 1999년 연예계에 데뷔했다. 손예진은 영화 '비밀'로 연기를 시작했고 수애는 드라마 '학교2'로 출발했다. 연기력과 미모를 갖춘 두 사람은 영화와 드라마에서 각기 다양한 배역으로 커리어를 쌓아왔다.
두 배우가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의 주인공으로 여름철 극장가 흥행대결을 벌인다. 둘 다 캐릭터의 변신을 시도해 관심을 모은다.
손예진은 3일 개봉되는 '덕혜옹주'에서 대한제국의 마지막 황녀 덕혜옹주를 맡았고, 수애는 10일 개봉되는 '국가대표2'에서 여자 아이스하키 첫 국가대표팀의 에이스 리지원을 연기한다. 생전 처음 해보는 역할로 탈바꿈한 두 배우를 지난달 28일 서울 종로구 삼청로의 한 카페에서 각각 만나 출연 소감과 촬영 에피소드 등을 들어봤다.
-이전과는 전혀 다른 배역인데 부담감은 없었나.
손예진=“시나리오를 읽고는 너무 가슴이 아팠어요. 나라가 망하고 일본으로 강제로 건너가 파란만장한 삶을 산 덕혜옹주를 잘 할 수 있을지 걱정됐어요. 다큐멘터리와 사진 등 자료를 토대로 실제 덕혜옹주는 어땠을까, 어떤 감정으로 당시 상황을 견뎠을까, 어떤 마음이었을까 상상하고 고민했어요.”
수애=“처음 캐스팅됐을 때 주변에서 걱정을 많이 하더군요. 여리여리한데 스포츠영화의 주인공이라니. 제가 보기는 그래도 운동신경이 있는 편이에요. 아이스하키는 어릴 때 롤러스케이트를 많이 탔던 게 도움이 됐어요. 자심감은 있었지만 막상 촬영에 들어가니 육체적으로 힘들었어요. 개펄에서 훈련하는 장면이 특히 그랬죠.”
-일본어와 북한 사투리를 자연스럽게 구사했는데.
손예진=“한국에서는 서울말, 일본에서는 일본어를 번갈아 가며 대사를 하는 게 쉽지는 않았어요. 몇 달간 집중해서 일본어를 배웠죠. 감정연기를 하면서도 일본어로 빠르게 대사를 하는 대목에서는 헷갈리기도 했어요. 시대적인 암울한 분위기에도 잘 녹아들어야 하기 때문에 신경을 많이 썼지요.”
수애=“극중 지연은 탈북자로 북한 아이스하키 선수 출신이에요. 처음에는 서울말을 쓰는 설정이었죠. 서울에 정착한 지 오래됐지만 억양은 남아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감독님께 북한 사투리를 사용하자고 권유했어요. 몇 달간 배워서 대사를 했는데 자연스럽게 됐다니 다행이에요.”
-촬영 때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을 꼽는다면.
손예진=“첫 촬영이 강제징용 노동자들 앞에서 연설하는 장면이에요. 덕혜옹주가 감정적으로도 힘든 상황인데 일본어로 연설까지 해야 하니 얼마나 부담스러웠겠어요. 왜 하필이면 첫 촬영이 이 장면이냐고 감독님께 원망도 했어요. 찍고 난 뒤에도 부족한 것 같아 아쉬웠는데 조연들이 잘해주셔서 잘 나온 것 같아요.”
수애=“아이스하키 경기에서 육탄 공격도 힘들었지만 후반부 여동생과 재회한 대목에서 감정 조절하는 게 어려웠어요. 경기는 계속 진행해야 하고 혼자 두고 온 여동생에 대한 죄책감으로 갈등하는 부분이에요. 북한 아이스하키 선수로 출전한 여동생 역의 박소담이 나랑 비슷한 성격이어서 호흡이 좋았어요.”
-‘눈물의 여왕’ 별명이 붙을 정도로 많이 울었다던데.
손예진=“지금까지 내 영화를 보면서 운 적이 없었어요. 그런데 이번에 눈물이 주르르 흐르는 걸 감추기가 어려웠어요. 비극적인 상황을 견뎌낸 덕혜옹주의 삶에 온전히 빠져 있었기 때문이죠. 극중 눈물 장면도 자칫 잘못하면 신파로 흐를 수 있어 울면서도 위엄을 잃지 않으려 노력했어요.”
수애=“여동생과 다시 헤어지는 장면에서 눈물을 주체하기 어려웠어요. 이건 우는 연기가 아니라 실제 상황이라고 생각하니 더욱 울컥했어요. 여동생에게 초코파이를 선물하고 여동생으로부터 스케이트 신발을 건네받는 대목에서 울지 않을 관객은 없을 거예요. 그건 신파가 아니라 감동의 눈물이겠죠.”
-주요 타겟과 관람 포인트를 소개한다면.
손예진=“엄마와 딸이 함께 보시길 권해요. 한 여인이 나라의 운명처럼 정말 비극적인 삶을 살다 갔다는 것, 한번쯤 기억하고 같이 아파했으면 좋겠어요. 감성적인 연출력을 자랑하는 허진호 감독이 돌아왔다는 것도 주목할 대목이죠. 여름철 대작들이 많지만 좀 더 울림이 있는 영화가 되지 않을까 싶어요.”
수애=“800만명이 관람한 ‘국가대표’의 후속편이라는 선입견을 버려주세요. 전편이 하늘에서의 비상이라면 이번엔 빙판에서의 감동 드라마예요. 브라질 리우올림픽을 앞두고 스포츠정신이란 무엇인지 일깨우는 계기가 될 겁니다. 온 가족이 함께 손잡고 사랑과 우정으로 응원해주세요.”
손예진은 영화 홍보가 끝나면 아무 일도 하지 않고 푹 쉬고 싶다고 했다. 수애는 드라마틱한 멜로물을 한번 해보고 싶다고 밝혔다. 두 배우는 한국 영화가 줄줄이 개봉되는 상황에서 흥행에 대해 묻자 “장르가 다 다르기 때문에 관객 입장에서는 선택의 폭이 넓어서 좋지 않으냐. 다 잘돼야 한다”고 같은 대답을 했다.
■덕혜옹주
대한제국 마지막 황녀 덕혜옹주(1912∼1989)의 파란만장한 삶을 그렸다. 고종의 고명딸로 태어난 덕혜옹주는 1925년 일본으로 끌려가 쓰시마섬 도주의 후예인 다케유키와 강제 결혼했다. 이혼과 딸의 죽음 등 비극을 겪으며 조발성치매증을 앓아 정신병원에 갇히는 신세가 됐다. 1962년 귀국해서도 순탄치 않은 생활 끝에 세상을 떠났다.
영화는 이를 바탕으로 덕혜옹주가 일본에서 중국 상하이 임시정부로 망명을 시도하는 스토리를 덧붙였다. 어릴 적 덕혜옹주의 결혼 상대였다가 훗날 일본군의 장교가 되는 정한(박해일)도 실제 인물에 극적인 드라마를 입혔다. ‘8월의 크리스마스’ ‘봄날은 간다’의 허진호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12세 관람가. 127분.■국가대표2
2003년 일본 아오모리 아시안게임에 한국은 여자 아이스하키팀을 급조해 출전시켰다. 평창동계올림픽 개최 신청을 위한 구색 맞추기였다. 총 5팀이 참가했다. 각각 1승2패를 기록한 한국과 북한은 마지막 경기에서 만났다. 어느 팀이든 승리하면 동메달을 딸 수 있었다. 하지만 무승부로 공동 4위를 기록하며 메달 획득에 실패했다.
영화는 국내 스포츠 사상 처음 발족된 여자 아이스하키 국가대표팀의 애환을 담았다. 선수 가운데 수애가 맡은 에이스 리지원은 실제 탈북자였다. 북한에 두고 온 여동생이 북한 대표팀으로 참가해 자매가 남북 대결을 벌이는 설정은 지어낸 얘기다. ‘슈퍼스타 감사용’(2004)으로 스포츠영화의 감동을 전한 김동현 감독이 연출했다. 12세 관람가. 126분.
이광형 문화전문기자 ghlee@kmib.co.k
‘국가대표2’ 수애·‘덕혜옹주’ 손예진 여름 극장가 맞대결
입력 2016-08-02 21: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