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씨는 지난해 1월 대부업체에서 1000만원을 5년 만기로 빌렸다. 당시 법정 최고금리인 연 34.9%로 이자를 내다 만기에 한번에 원금을 갚는 일시상환방식이었다. 지난 3월 3일 법정 최고금리 한도는 연 27.9%로 떨어졌다. 하지만 A씨는 여전히 연 34.9%(월 이자 29만원)로 이자를 내고 있다. 1년 만기 계약이었다면 지난 1월부터 새 금리를 적용(월 이자 23만2500원)받았겠지만, 5년 계약이라 기존 금리가 계속 적용되고 있는 것이다.
금융감독원은 대부업체들이 A씨와 같은 원금만기상환방식 대출에 일괄적으로 5년 이상 장기 계약을 맺어온 관행을 개선하겠다고 1일 밝혔다. 계약 기간을 1년, 3년, 5년으로 다양하게 운영하고, 대부 상담 시 기간별 장단점을 설명하도록 권고했다.
대부업체들이 만기상환방식에 장기 계약을 선호하는 건 법정 최고금리가 계속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주요 20개 대부업체들이 전체 대출(균등상환, 만기상환 포함) 중 5년 이상 계약을 맺은 비율은 지난해 상반기 41.4%에서 올해 1∼3월 기준 66.1%로 늘었다.
소비자는 5년 계약을 단기 계약으로 갈아탈 수는 있지만 쉽지 않다. 돈을 빌린 기간까지 이자와 원금을 한번에 갚아야 새 계약을 맺을 수 있기 때문이다. 원금 갚을 돈을 마련하려면 또 추가 대출을 일으켜야 해 불편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대부업체 이용자들이 워낙 고금리 대출에 익숙하니 금리 차이에 신경을 쓰지 않다가 자신도 모르게 손해를 보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금감원은 만기상환방식의 계약 기간이 줄어들면 소비자들이 금리 변화에 더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대부업체 대출에 연대보증을 서는 청년층 관리도 나선다. 금감원이 10개 대부업체를 점검한 결과 청년층 연대보증 대출건수는 전체의 27.1%를 차지했다. 연대보증은 은행권, 제2금융권에서 폐지됐지만 대부업체에는 남아있다.
연대보증 대출은 보증자도 채무에 동반 책임을 지기 때문에 신용불량자로 전락할 위험이 있다. 금감원은 20대 청년층에는 이런 위험성 및 법적 효력에 대한 사전고지를 강화하도록 했다. 청년층 소득확인도 강화한다. 소득증명은 원칙적으로 근무지와 공공기관 증명서, 급여통장 사본 등을 통해 확인해야 한다. 그런데 일부 대부업체에서는 이를 형식적으로 진행해 왔다. 보증자가 월 소득 대비 대출의 이자를 감당할 수 있는지도 중점 검사할 계획이다.
불합리한 채권추심 관행도 개선된다. 대출채권은 5년간 대부업자가 돈을 갚으라고 요구하지 않으면 소멸된다. 일부 추심업자들은 이렇게 소멸시효가 완성된 대출채권을 사들여 법원에 지급명령을 신청하고 있다. 채무자가 2주 안에 이의신청하지 않으면 채권 효력이 살아난다. 금감원은 이렇게 소멸시효 완성채권에 지급명령을 이용하는 행위를 중단토록 추심업자들에 권고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이번 개선을 통해 지급명령으로 인한 서민들의 과도한 채무 부담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
대부업체 장기 계약 관행 수술… 1·3·5년으로 세분화
입력 2016-08-02 04: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