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1600명이 교내에 투입된 이화여대 사태는 발단부터 전개 과정까지 도통 납득이 안 된다. 평생교육을 위한 단과대학을 신설하는 게 과연 학생들이 닷새째 점거 농성을 벌이며 반대할 일인가. 학교 당국이 경찰을 불러 그들을 끌어내야 했을 만큼 설득하기 어려운 문제였나. 그 과정에서 학생이 교수를 모욕하고 교수가 학생을 비아냥거렸다. 그럴 사안인지 이해하기 어렵다. 우리 사회는 대학을 지성의 전당이라 여겨 왔다. 그 평가를 거둬들여야 할 판이다.
평생교육 단과대는 실업계 고졸 직장인과 30세 이상 경력단절자에게 입학 자격을 준다. 평생교육원과 달리 4년제 정규 학위과정으로 운영된다. 대학 대신 사회 진출을 택했던 이들에게 만학(晩學)의 기회를 주는 것이다. 한 차례 대학입시가 평생을 좌우하는 한국사회 기득권 구조에 작지만 균열을 기대해볼 수 있다. 이화여대는 평생교육 단과대(미래라이프대학)에 뉴미디어산업과 웰니스산업 전공을 두려 한다. 학생들은 “평생교육원이 이미 있고, 신설 전공과 유사한 학부 과정도 있다. 단과대를 만드는 건 교육부 지원금을 위한 학위 장사다. 교육의 질이 저하된다”며 반대하고 나섰다.
학위 장사로 전락할까 걱정이라면 그렇게 안 되도록 철저한 학사관리를 주문할 일이다. 교육이 부실해질까 우려된다면 교육자원 확충을 요구할 문제였다. 단과대 신설을 저지하고 나선 것은 자신들이 통과한 입시 관문을 우회해 고졸자에게 똑같은 학위 취득 기회를 주는 데 대한 거부감으로 해석될 소지가 다분하다. 설마 학생들이 그랬을까 싶지만 만약 그런 거라면, 기성세대가 만들어놓은 ‘금수저·흙수저의 헬조선’을 비판하면서 자기 밥그릇에 관해선 스스로 금수저와 흙수저를 구분하고 있는 꼴이다.
학내 문제가 학교 담장을 넘어 이렇게 요란해진 데는 학교 측 책임이 크다. 학교 당국에 대한 학생들의 깊은 불신이 배경에 있으며, 그 본질은 결국 “학교가 돈만 밝힌다”는 것일 테다. 학생을 등록금으로 여기고, 교육보다 건물 짓는 데 치중하며, 상업적 이득을 중시해온 학교에 누적된 불신이 ‘학위 장사’란 비판으로 터져 나왔다. 학교 당국의 자성이 선행돼야 이번 사태의 수습도 가능할 것이다. 지성인답게 성숙한 자세로 풀어가기 바란다.
[사설] 납득하기 어려운 梨大生들의 평생교육단과대 반대
입력 2016-08-01 18: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