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공화당 대선후보가 무슬림인 참전용사 부모를 조롱했다가 당 안팎에서 거센 비난을 받고 있다. 트럼프는 민주당 전당대회 흥행 효과를 업은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대선후보에게 지지율도 역전됐다.
2004년 이라크에서 자살폭탄 공격에 목숨을 잃은 후마윤 칸 대위의 아버지 키즈르 칸은 지난 28일 민주당 전당대회에 연사로 나서 트럼프의 무슬림 입국금지 공약을 비판했다. 칸은 “트럼프는 미국을 위해 희생한 게 아무것도 없다”고 말했다.
트럼프는 가만히 있지 않았다. 31일 트위터에 “칸으로부터 맹공을 받았다. 나도 대응할 수 있지 않냐. 이라크전에 찬성표를 던진 것은 클린턴이지 내가 아니다”고 썼다. ABC방송 인터뷰에선 민주당 전당대회 때 칸 대위의 어머니 가잘라가 남편 옆에 서서 아무 말도 하지 않은 것을 두고 “아마도 발언이 허락되지 않은 모양”이라고 빈정댔다. 키즈르 칸이 희생을 운운한 것에 대해선 “난 아주 열심히 일했고 수많은 일자리를 만들어냄으로써 희생을 했다”고 반박했다.
조국을 위해 싸우다 숨진 전사자의 부모를 공격하고 조롱한 트럼프는 즉각 거센 역풍에 휩싸였다. 키즈르 칸은 “트럼프는 검은 영혼을 지녔고, 그래서 이 나라의 지도자로 부적합하다”고 비난했다. 아내가 무대에서 아무 말도 못 한 것에 관해선 “아들 사진도 제대로 못 쳐다볼 정도로 여전히 비탄에 빠져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폴 라이언 하원의장과 미치 매코널 상원 원내대표 등 공화당 지도부도 “칸 대위는 미국의 영웅이다. 그와 가족의 희생에 고마워하고 있다”며 트럼프 비판에 가세했다. CNN방송은 “트럼프의 이번 발언으로 공화당 지도부는 계속 트럼프 편을 들어줘야 할지를 놓고 고민이 깊어가고 있다”고 전했다.
공화당 전당대회 직후 지지율 조사에서 클린턴을 제쳤던 트럼프는 민주당 전당대회 효과로 다시 역전을 허용했다. 여론조사 업체 모닝컨설트가 지난 29∼30일 실시한 조사에서 클린턴은 43%의 지지를 얻어 40%에 그친 트럼프를 3% 포인트 차로 제쳤다. 자유당 게리 존슨 후보까지 포함된 조사에선 클린턴이 5% 포인트 차로 트럼프를 앞섰다.
CBS방송과 유고브가 경합지역 11곳에서 실시한 지지율 조사에선 클린턴 43%, 트럼프 41%였다. 민주당 전당대회 다음 날인 29일 나온 로이터통신과 입소스 여론조사에선 클린턴 41%, 트럼프 35%로 격차가 6% 포인트에 달했다.
천지우 기자 mogul@kmib.co.kr
‘전대 효과’에 트럼프 실언 겹쳐… 힐러리 재역전
입력 2016-08-01 19: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