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청소년 대상 금융 게임 ‘더 로스트 시티’ 현장 가보니

입력 2016-08-02 04:00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교육원에서 1일 청소년들이 각자에게 지급된 태블릿PC와 건물 내부에 설치된 대형 모니터를 통해 금융교육 게임 '더 로스트 시티(The Lost City)'에 참여하고 있다. 김지훈 기자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에서 1일 만난 이수빈(17)양의 얼굴에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물물교환 거래를 위해 금쪽같이 써야 할 ‘금화’ 2900원 중 2500원이 은행 계좌에서 순식간에 사라진 탓이다. 이양은 “은행 비밀번호를 변경하지 않고 있다가 해킹을 당했다”며 금감원에 피해구제 신고를 했다. 이양은 잃어버린 돈의 90%를 찾을 수 있다는 직원의 말을 듣고서야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이양을 비롯한 청소년 45명은 낮 기온이 30도를 훌쩍 넘어선 이날 여의도 일대를 돌아다니며 ‘더 로스트 시티(The Lost City)’라는 이름이 붙은 게임의 무역상으로 활동했다. 게임방식은 청소년들이 3명씩 한 팀을 이뤄 무역허가증을 취득한 뒤 태블릿PC를 활용해 거래 상대방과 물품을 교환하도록 설계됐다. 팀별로 금화 4500원가량의 대출을 받은 뒤 물품 거래를 통해 빚을 갚고 수익을 최대한 내도록 했다. 학생들은 빌린 돈에 3%의 대출이자를 10분 단위로 물어야 했고, ‘금융사기’ 등 돌발상황이 발생해도 이를 극복해야 하는 임무를 받았다. 대출받은 돈 가운데 2000원은 일괄적으로 배를 빌리는 데 써야 했기 때문에 팀별로 전략을 짜느라 분주히 움직였다.

참가자들은 교재 중심의 금융교육보다 게임을 통한 참여에 흥미를 보였다. 이양은 “학교에서도 상업경제 과목을 배우는데 현실적으로 와닿는 경험을 하긴 어렵다”며 “비록 게임이긴 하지만 직접 거래 상대방을 찾아다니면서 물건을 사고파는 게 신기했다”고 말했다. 박철민(18)군은 “물품 재료를 사고파는 과정에서 다른 친구들과 협상을 해야 하는데 가격을 정하는 문제가 어려웠다”고 설명했다.

여의도 금융투자교육원 4층에는 물품 거래 외에 경제상식을 배울 수 있는 터치스크린도 마련됐다. 예를 들어 ‘환율 시소’ 코너에서는 100엔당 환율이 몇 원인지를 묻고, 참가자가 동전을 시소에 얹어 정답을 맞히면 시소가 수평이 되도록 해 시각적 효과를 높였다. 이를 사진으로 인증하면 금화 100원을 지급받을 수 있었다.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창의교육연구소 루미나의 심민아 대표는 “지난 28일 진행된 게임에서는 금화 5만원 이상을 벌어들인 팀도 있었다”며 “학생들에게 텍스트 위주보다는 살아있는 금융교육 기회를 주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이번 행사를 공동 주관한 은행연합회의 배진호 과장은 “올가을에도 체험형 금융교육을 3회 정도 더 진행할 계획”이라며 “교육 대상자를 늘려가는 방안을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