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틱한 상황서 슈퍼우먼급 활약 펼치는 워킹맘 “우리는 로맨스보다 자식이 중요해”

입력 2016-08-02 21:48
tvN ‘굿 와이프’에서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는 변호사 역을 맡은 전도연(왼쪽)과 SBS ‘원티드’에서 아들을 유괴당한 여배우를 연기하는 김아중.각 방송사 제공

전도연과 김아중. 두 배우는 20대 여배우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로맨스 드라마 틈바구니에서 독특한 캐릭터를 연기하고 있다. 둘의 공통점은 로맨스보다 자식이 중요한 엄마라는 것이다. 드라마틱한 상황에서 슈퍼우먼급 활약을 펼치는 워킹맘이라고 요약할 수 있다.

전도연은 tvN 드라마 ‘굿 와이프’에서 17년 동안 전업주부로 살다가 두 아이를 키우기 위해 인턴 변호사가 된 김혜경 역을, 김아중은 SBS 드라마 ‘원티드’에서 아들을 유괴당한 여배우 정혜인 역을 맡았다. ‘굿와이프’는 매주 새로운 에피소드가 전개되는 법정 드라마이고 ‘원티드’는 유괴범을 추적하는 스릴러 드라마다.

‘굿와이프’에서 김혜경은 부드러우면서 냉철하고, 다정하면서도 유능한 변호사다. 김혜경이라는 인물의 성격이 원래 그렇기도 하지만 전업주부로 살아온 17년의 세월도 그 캐릭터에 담겨있다.

누명을 쓰고 억울해하는 의뢰인에게 살며시 휴지를 건네는 사려깊은 모습, 아들의 살인죄를 덮어주려는 엄마에게 모욕을 당하면서도 자수를 권하는 모습 등은 오랫동안 엄마이자 주부로 살아왔기에 나온 자연스러운 모습이었다. 의뢰인이나 증인들은 상대를 편하게 해 주는 김혜경에게 마음을 열게 되고, 이는 곧 성과로 연결된다.

정규직 변호사 한 자리를 놓고 경쟁하는 20대 남자 변호사의 끊임없는 비아냥, 예를 들어 “오랫동안 전업주부로 사셨죠?” “대표와 친하시죠?” “남편 때문에 곤란하시죠?” 등을 담담하게 받아넘기는 관록도 보여주면서 시청자들을 통쾌하게 한다.

김아중이 연기하는 ‘원티드’의 정혜인은 모성의 강인함을 보여주고 있다. 정혜인이 평범하게 살고 싶다며 연예계 은퇴를 선언한 날 아들이 유괴를 당했다. 아들을 찾으려면 10일 동안 생방송을 통해 유괴범이 제시한 미션을 수행해야 한다. 미션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여러명이 살해당하고, 감춰졌던 사회 비리가 하나둘씩 튀어나온다.

상황은 점점 복잡해지는데 정혜인은 흔들림이 없다. 오로지 아들을 찾아야 한다는 데 집중하면서 때론 차분하게 때론 전투적으로 문제를 해결한다. 냉정하게 느껴질 만큼 착실히 미션을 해결해나가는 모습을 놓고 드라마 속 인물들은 “어떻게 저럴 수 있느냐”는 비판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드라마 밖에서 지켜보는 이들은 “엄마이기 때문에 가능하다”며 공감한다.

두 드라마에 로맨스의 여지는 있다. 하지만 그보다 중요한 건 여주인공들의 ‘엄마’라는 정체성이다. 김혜경은 검사 남편이 뇌물수수 혐의로 재판을 받고 삶의 기반이 크게 흔들리면서 홀로 남매를 키워내야 하고, 정혜인은 납치된 아들을 구해내야만 한다. 엄마인 주인공에게 로맨스보다 중요한 게 무엇인지는 사랑을 고백하는 오랜 친구 서중원(윤계상)에게 건네는 김혜경의 대사로 알 수 있다.

“지금 나한테 필요한 건 로맨스가 아니라 계획이야. 어떻게 살아갈지에 대한 계획. 난 지금 감정 움직이는 대로 살 수가 없어. 나 애가 둘이고 걔네들 포기 못해. 그래서 내가 지금 여기 있는 거야. 사랑한다는 말은 쉬워. 그 다음이 어려운 거지. 그런데도 나한테 오고 싶다면 어떡할지 얘기해줘.”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