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경 수사권 조정’… 20년째 논의만

입력 2016-08-01 19:03 수정 2016-08-01 21:25
'진경준 주식 대박' 사건으로 거센 비판에 직면한 검찰이 대대적인 개혁을 예고하고 있다. 대검찰청이 검찰 개혁 방안을 발표한 지난달 29일 김수남 검찰총장이 무거운 표정으로 대검찰청을 나서고 있다. 뉴시스

진경준 검사장의 ‘주식대박’ 사건을 계기로 검찰개혁 목소리가 높아진 가운데 검찰이 독점하고 있는 수사권을 일부 경찰에 나눠야 한다는 ‘검·경 수사권 조정’ 문제가 수면 위로 다시 떠오르고 있다.

현재 형사소송법에는 수사의 주체는 검사이며, 경찰은 검사의 지휘를 받는 보조기관으로 규정돼 있다. 검사는 수사지휘권·수사종결권·기소독점권 등 형사소송법상 모든 수사를 책임진다. 검·경 수사권 조정 논의는 검사가 독점한 막강한 수사권의 부작용이 크다는 지적에서 시작됐다. 진 검사장이 직위를 이용해 막대한 치부를 할 수 있었던 배경도 검찰의 강력한 수사권에서 비롯된 문제라는 논리다. 경찰이 수사권을 일부 갖는다면 검찰의 비리를 감시할 수 있고, 양 기관이 견제와 균형을 이뤄 수사권을 남용한 각종 일탈이 줄어들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경찰이 수사권을 나눠 갖는 문제는 김대중 전 대통령이 1997년 대선 후보자 시절 경찰의 독립적인 수사권을 보장한다는 공약을 내세우면서 시작됐다. 경찰에게 단순·경미 범죄에 한해 독자적인 수사권과 공소결정권을 부여하도록 관련법을 개정하겠다는 것이 요지였다. 그러나 검찰은 경찰에 독자적인 수사권을 보장하면 각종 비위나 인권침해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반발했다. 김 전 대통령은 1999년 5월 수사권 논의 중지를 지시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 당선 이후 수사권 조정 문제가 다시 불거졌다. 검찰개혁에 적극적이었던 참여정부는 2004년 9월 ‘검·경 수사권 조정협의회’를 출범시켰다. 그러나 수사권을 둘러싼 검·경의 입장이 첨예하게 맞서 합의에 실패했다. 또 경찰 수사권 독립을 강하게 밀어붙였던 허준영 당시 경찰청장이 경찰의 과잉진압으로 시위 농민이 사망한 사건을 책임지고 사퇴하면서 논의가 수그러들었다.

이명박정부 출범 이후 검·경 수사권 조정 논의가 다시 거론됐다. 그러나 두 기관의 입장은 평행선을 달렸다. 2011년 6월 국회가 ‘경찰 수사개시권’을 명시한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의결하자 김준규 당시 검찰총장이 사퇴하며 강하게 반발했다. 이후 국무총리실까지 수사권 조정에 나섰지만 검·경 합의안을 이끌어내는 데 실패했다. 당시 정부는 ‘경찰 내사 권한은 보장하되 내사 종결 뒤에는 검찰 통제를 받도록 한다’는 강제조정안을 마련했다. 이 조정안은 2011년 12월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박근혜 대통령도 검·경 수사권 조정 문제를 대선 공약으로 내세웠다. 현재 국무조정실을 주관으로 한 수사협의회를 통해 검·경의 합리적인 역할 조정에 대한 논의가 진행 중이다. 그러나 구체적인 수사권 조정 방안이 나온 적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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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용택 기자 ny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