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3일 있을 자민당 및 내각 개편 때 자민당 2인자인 간사장에 자신의 장기 집권 필요성을 꾸준히 주장한 니카이 도시히로(77) 총무회장을 임명키로 했다. 장기 집권을 관철시켜 숙원인 개헌을 위한 시간을 벌겠다는 생각으로 보인다.
니카이 회장은 지한파(知韓派)이자 대외문제에 있어 대표적 비둘기파여서 주변국과의 관계 개선에는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NHK방송과 교도통신에 따르면 니카이는 1일 도쿄에서 기자들과 만나 간사장 자리 제안을 받아들였다고 공식 확인했다. 아베는 주말에 니카이에게 최근 자전거를 타다 척추를 다쳐 입원한 다니가키 사다카즈 현 간사장 후임을 맡아달라고 요청했다.
니카이는 중의원 11선의 중진이자 당내 7대 파벌에 속하는 니카이파의 리더다. 그는 아베의 총재 임기를 3년 더 늘려 모두 9년을 연임토록 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자민당에서는 총재 임기가 3년이며, 한 차례 연임할 수 있다. 니카이는 이를 고쳐 3연임이 가능케 해 2018년 9월 끝나는 아베 임기를 2021년까지 연장시키자고 요구했다. 아베는 2012년 12월 총재가 돼 현재 두 번째 임기 중에 있다.
니카이를 비롯한 임기연장파는 아베의 경제정책인 아베노믹스를 마무리하고 2020년 도쿄올림픽을 성공적으로 치르려면 집권이 연장돼야 한다는 논리를 내세운다. 하지만 평화헌법을 개정해 ‘전쟁할 수 있는 나라’를 만들 수 있는 시간을 더 확보하겠다는 꼼수가 숨겨져 있다는 분석이 더 많다. 지금은 국민 과반 이상이 개헌에 반대해 아베 임기 내 개헌은 쉽지 않다.
니카이의 등용은 한·일 관계 개선에는 청신호로 받아들여진다. 그는 지난해 2월 방한해 아베의 서신을 박근혜 대통령에게 전달하는 등 양국의 메신저로 활동했다. 지난 4월 말에도 방한해 새누리당 서청원 한일의원연맹 회장을 만났다. 지난해 11월에는 롯데 신동빈 회장의 장남 결혼식 피로연에 참석하는 등 롯데가(家)와도 친하다.
또 지난해 5월 일본 지방자치단체 의원 3000명으로 구성된 대표단을 이끌고 방중해 시진핑 국가주석을 만나는 등 중국과의 관계 개선에도 적극적이다.
3일 개각에서는 아소 다로(75) 부총리 겸 재무상, 기시다 후미오(59) 외무상, 스가 요시히데(67) 관방장관은 유임될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일본군 위안부 소녀상 철거를 주장하는 등 망언을 해온 이나다 도모미(57) 자민당 정조회장을 내각에 중용키로 해 논란이 일 전망이다.
손병호 기자 bhson@kmib.co.kr
여세 몰아 2021년까지… 아베, 장기집권 진용 갖추기
입력 2016-08-02 0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