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LA ‘KCON콘서트’ 르포] K팝에 열광… 그들에게 한국을 판다

입력 2016-08-02 04:00
지난달 30일 미국 로스앤젤레스 스테이플즈 센터에서 열린 ‘2016 KCON’ 콘서트에서 그룹 IOI가 1만2000여명의 관객 앞에서 공연하고 있다. CJ 제공

아르헨티나에 사는 여고생 코니(17)는 미국 로스앤젤레스(LA) 스테이플즈 센터까지 14시간을 날아왔다. 비행기를 타고 플로리다로 건너가 친구 모모(17)를 데리고 LA까지 함께 왔다.

두 여고생을 LA로 이끈 건 KCON(케이콘) 콘서트였다. 코니와 모모는 샤이니와 BTS(방탄소년단)의 광팬이다. 2년 전 우연히 유튜브로 한류 아이돌의 공연 영상을 접한 뒤부터 K팝의 매력에 푹 빠졌다. 아예 한국말까지 배우는 중이라는 코니는 “K팝을 처음 듣는 순간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며 “미국이나 남미 음악보다 훨씬 더 사람을 흥분시키는 음악”이라고 말했다. 모모는 “한국 아이돌들은 이국적이면서도 만화처럼 이쁘게 생겼다. K팝 때문에 한국 드라마와 영화도 찾아보게 됐다”고 말했다. 모모는 공연 시작 전까지 허기를 채우려고 산 비빔밥에 고추장을 넣어 익숙하게 비볐다.

30∼31일(현지시간) 케이콘 콘서트가 열린 LA 레이커스 NBA 농구단 홈구장은 한류팬들로 포위되다시피 했다. 행사 시작 1시간 전부터 1만2000여명의 10, 20대 팬들이 스테이플즈 센터를 빙 둘러 수백m 줄을 서서 행사 시작을 기다리고 있었다. 곳곳에서는 암표상들이 어슬렁거렸다.

콘서트가 시작된 30일 오후 8시, 블락비와 샤이니, IOI, 여자친구 등 이날 무대의 라인업이 소개되자 장내는 비명과 환호성으로 가득 찼다. 애리조나 피닉스에서 온 조린(22·여)은 “초등학교 6학년 때부터 터보의 노래만 듣고 자랐다. 김종국이 실제로 노래하는 모습을 보니 꿈만 같다”고 말했다. 장내 분위기가 달아오르면서 관람객들은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 아이돌의 노래를 한국말로 정확하게 따라 불렀다. 호흡곤란으로 실신하는 팬들을 실어나르느라 구급대원들이 공연장과 구급차 사이를 바쁘게 오갔다.

5회째를 맞은 CJ그룹의 LA 케이콘은 단순한 이벤트를 넘어 한류 문화를 전파하는 미국 내 페스티벌로 자리 잡았다. CJ는 한류 콘텐츠를 기반으로 국내 기업들의 상품을 연계해 새로운 이익을 창출하는 컨벤션 프로그램도 함께 진행했다. 이번 행사에서는 총 254개 국내 업체들이 참여했다.

컨벤션 프로그램은 29∼31일 스테이플즈 센터 옆 LA컨벤션 센터에서 열렸다. 식음료 업체와 K뷰티 업체들의 부스에는 관람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제주삼다수의 김양환 대리는 “지금은 LA 한인마트에만 제품을 공급하고 있는데, 미국 소비자들에게 브랜드를 노출하고 반응을 알아볼 수 있는 기회가 됐다”고 말했다. 오앤영코스메틱의 오세준 대표는 “한류팬들은 한국 제품을 호의적으로 받아들인다”며 “한류 콘텐츠가 미국 진출에 중요한 교두보가 되고 있다”고 했다.

CJ는 한류를 발판삼아 문화사업 해외 매출 비중을 대폭 늘린다는 계획이다. 김현준 CJ㈜ 부사장은 지난달 30일 LA 기자간담회에서 “2020년까지 문화사업 매출을 15조2000억원까지 끌어올리고, 지난해 16% 수준이던 글로벌 매출 비중을 54%까지 높이겠다”고 말했다.

LA=정현수 기자 jukebo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