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세때 첫 우승 워커, 37세에 메이저 챔프 되다

입력 2016-08-01 18:31 수정 2016-08-01 21:24
지미 워커가 1일 미국 뉴저지주 스프링필드 발투스롤골프장에서 열린 메이저대회 PGA챔피언십에서 우승을 차지한 뒤 아내 에린, 두 아들과 함께 기쁨을 나누고 있다. AP뉴시스

30대 중반에야 첫 우승을 차지한 남자. 우승을 할 때도 누구로부터도 주목받지 못했다. “한번쯤이야 우연으로 우승할 수 있지….” 동료 프로들도, 갤러리도, 골프 전문가들도, 심지어 TV중계진도 그런 반응이었다.

지미 워커(37·미국)는 2013년 그렇게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첫 우승을 차지했다. 어릴 때부터 골프채를 잡고 전문 레슨을 받으며 승승장구한 다른 선수들과 전혀 다른 삶의 행로를 걸었다. 대학 시절 골프채를 처음 잡았고, 프로 전향이후에도 2부투어를 전전했다.

그러나 그에겐 다른 무기가 있었다. 바로 삶을 바라보는 태도였다. 오로지 골프에만 ‘올인’하지 않고 사랑과 우정 취미같은 인생에서 중요한 다른 일에도 충분히 몰입한 것이다. 삶의 한 순간, 한 순간을 즐기는 일, 최선을 다하며 살아가는 일…. 워커에게 인생은 그랬고, 그의 골프는 그랬다.

한번 우승하자 봇물이 터졌다. 2013년 1승, 2014년 2승, 2015년 2승을 챙겼다. 그리고 그는 1일 미국 뉴저지주 스프링필드 발투스롤골프장(파70·7428야드)에서 열린 올해 마지막 메이저대회인 PGA챔피언십(총상금 1000만 달러·우승 상금 183만 달러) 최종라운드에서 3언더파 67타, 최종합계 14언더파 266타로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만 37세, 왠만한 선수들은 전성기를 지난다는 나이에 말이다.

오클라호마주 오클라호마시티에서 태어난 워커는 어린 시절 야구선수였다. 오클라호마 리틀야구 리그에서 6이닝 동안 14명의 타자를 삼진 아웃시키며 주 선수권대회에서 팀 우승을 이끌기도 했다. 하지만 이븐파를 치는 스크래치 골퍼였던 아버지의 모습이 계속 각인됐다. 그래서 재미삼아 아버지로부터 골프 치는 방법을 배웠고, 베일러 대학 3학년 때 처음으로 골프레슨을 받았다. 호기심에 친 골프가 생각보다 잘 맞았다. 그래서 2001년 프로로 전향해 골퍼의 길을 걷게 됐다.

PGA 투어의 2부인 웹닷컴투어에서 프로생활을 시작했다. 그는 평범한 프로골퍼였다. 2001년부터 3년 동안 투어를 돌았고, 2004년 웹닷컴투어 상금왕에 오르며 이듬해 PGA 투어 진출권을 따냈다.

최고의 선수들이 출전하는 PGA 투어에 나섰지만 고난의 연속이었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았다. 항상 옆에는 사랑하는 가족이 있었다. 2004년 웹닷컴투어를 뛸 당시 자원봉사자였던 아내 에린을 만나 결혼했다. 아내, 두 아들과 함께 트레일러형 이동주택 차량을 몰며 투어생활을 했다. 낙천적 성격과 가족이 그로 하여금 고난을 감수하게 했다.

34세 때였던 2013년 프라이스닷컴 토너먼트에서 첫 우승을 차지했다. 프로 데뷔이후 12년 만이었고, 무려 187경기를 치른 다음이었다. 2014년과 지난해 각각 2승씩을 따냈다. 지난 시즌 4대 메이저대회 중 마스터스와 US오픈, PGA챔피언십에서 톱10에 들며 완전히 톱랭커로 자리 잡았다. 지난해 10월 한국에서 열린 프레지던츠컵에선 미국 대표로 참여하기도 했다.

오랜 무명생활을 통해 가다듬은 인내심과 대담성은 이번 PGA챔피언십에서도 빛났다. 워커는 경기 막판까지 데이와 접전을 벌였다. 그리고 데이가 18번홀에서 이글 퍼트를 성공시켜 한 타차로 무섭게 달라 붙었다. 설상가상으로 워커는 18번홀(파5)에서 티 샷을 러프에 빠뜨리는 실수를 범했다. 하지만 끝까지 평정심을 잃지 않았다. 세 번째 샷을 침착하게 홀 11m 거리에 올려놓은 뒤 2퍼트로 파를 잡고 생애 첫 메이저대회를 정복했다.

워커는 경기 후 “현실 같지가 않다. 지난주부터 감이 왔다. 그래도 이런 일이 일어날 줄은 몰랐다”고 감격했다.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