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절반 육박하는 근소세 면제자 언제까지 방치할 건가

입력 2016-08-01 18:45
근로자의 절반 정도가 근로소득세를 전혀 내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 김재진 선임연구위원이 31일 재정포럼 최신호에 게재한 보고서에 따르면 2014년 귀속소득(2015년 초 연말정산 분) 기준 근소세 과세 미달자 비율은 48.1%였다. 전체 근로자 1668만명 중 802만명이 근소세를 한 푼도 물지 않은 것이다. 이 비율은 2005년 48.7%로 정점을 찍은 뒤 매년 2% 포인트 정도 줄어들다 박근혜정부 들어 다시 급격히 증가했다. 공제와 비과세, 감면 등이 확대됐기 때문이다.

외국의 근소세 면세자 비율은 미국과 캐나다가 각각 35.8%, 33.5%이고 호주 25.1%, 영국 2.9%이다. 우리나라가 월등히 높은 편이다. 특히 저소득층이 아닌 중산층과 고소득층 근로자의 과세 미달자가 최근 크게 늘어났다는 점에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정부가 공제항목을 늘리면서 이들이 빠져나갈 구멍이 많이 생겼다.

지금과 같은 근소세 제도는 지극히 비정상적이다. 납세의 의무를 천명한 헌법의 국민 개세(皆稅)주의에 부합하지 않을 뿐더러 ‘소득 있는 곳에 세금 있다’는 공평과세의 조세정의에도 어울리지 않는다. 조세의 중요한 역할인 소득 재분배 기능에 어긋나고 ‘넓은 세원 낮은 세율’이라는 조세원칙과도 배치되는 등 부작용이 하나 둘이 아니다.

문제는 정부와 정치권 모두 폐해를 알면서도 바로잡으려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후보자였던 지난 1월 인사청문회 때부터 면세자 축소에 동의한다고 밝혔다. 정부 내에서도 이런 기류가 강하다. 그러나 막상 최근 발표한 세제개편안에는 이런 내용이 전혀 담기지 않았다. 면세자들의 반발을 의식해서다. 정치권도 마찬가지다. 겉으로는 근소세 세수 기반이 왜곡됐다고 하면서도 개선하려는 의지는 보이지 않는다. 전형적인 ‘세금 포퓰리즘’인 셈이다.

우리 사회는 ‘저부담-저복지’에서 ‘중부담-중복지’로 이행하는 과정에 있다. 갈수록 세금 부담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50%에 육박하는 근소세 면세자를 그냥 둬서는 안 된다. 과세 정당성이 상실되는 것은 물론 조세저항 심리가 확산될 수 있다. 최저임금 수준만 넘으면 최소한의 세금은 내게 하는 ‘근소세 최저한세’를 도입하든지 현재 13만원인 표준세액 공제액을 축소하는 방안 등 다양한 해법을 찾아야 한다. 빈부격차와 소득의 고저를 막론하고 소득이 있으면 단돈 1만원이라도 세금을 내는 것이 맞다.

조세 분야는 국민생활과 가장 밀접한 정책이다. 문제가 있으면 과감히 수술해야 한다. 정부는 세법개정안을 다음 달 국회에 제출하기에 앞서 잘못된 것은 바로잡아야 한다. 국회 역시 심의 과정에서 가려낼 것은 반드시 가려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