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시장을 가다 ①] 청년 상인들 “통통 튀는 감성 살려 추억을 선사합니다”

입력 2016-08-02 01:00
강원도 원주시민들이 재능기부 형식으로 원주중앙시장 내에서 진행하는 ‘찾아가는 콘서트’가 지난달 참기름 가게 ‘깨나무 깨방정’에서 열렸다(위쪽 사진). 시장 내 예술작품 전시 갤러리 ‘화이트 큐브’에서 지난달 진행된 부채 그림 그리기 체험에서 아이들이 부채 만들기에 열중하고 있다.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제공

“우리 시장은 단순히 물건만 파는 게 아닙니다. 청년 상인들이 들어오면서 손님들에게 추억을 선사하는 시장으로 변하고 있어요. 시장 자체가 젊어진 기분입니다.”

강원도 원주중앙시장 상인회의 곽태길 회장은 시장 내 ‘청년몰’ 조성 이후 시장 분위기가 달라졌다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중앙시장은 지난해 중소기업청의 ‘전통시장 청년상인 창업 지원사업’에 선정된 후 청년 상인들이 몰렸다. 현재는 젊은 사장님이 운영하는 점포가 50여개나 된다.

청년 상인들은 통통 튀는 감성을 살려 색다른 경험을 손님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양초 만들기 체험을 진행하는 ‘쁘띠캔들’, 수공예점 ‘붉은바위가죽공방’, 도자기 공방 ‘도그자기’ 등은 중앙시장을 한 번 더 찾고 싶은 곳으로 만들어준다. 도그자기에는 지난달 원주의 치악고 학생들이 찾아와 도자기 공예 체험을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백화점이나 다른 마트에서는 찾을 수 없는 이색 아이템도 중앙시장에서 찾을 수 있다. 도그자기는 도자기 공예 외에도 반려동물의 유골함 제작으로 유명세를 탔다. 엄마와 아이의 커플룩을 만들어주는 ‘달리’, 캐리커처를 새겨 넣은 이색 머그잔을 판매하는 ‘컵방’도 입소문을 탔다. 이들은 모두 체험을 곁들이거나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제품을 선보이면서 손님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중앙시장은 복층인 상가형 시장이다. 청년몰이 들어서 있는 시장 상가 2층은 1960∼70년대의 옛 모습이 테마로 꾸며졌다. 추억을 불러일으킬 만한 복고풍 간판이 곳곳에서 눈에 띈다. 전체적인 콘셉트는 미로다. 미로를 따라가면서 벽에 그려진 개성 넘치는 그림을 구경하는 재미도 있다. 2층 공간은 청년몰로 재탄생하기 전에는 사람들의 왕래가 적어 골치를 앓고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다양한 문화예술 체험 프로그램과 청년 상인들의 개성 덕분에 활기를 되찾았다. 아이들을 위한 프로그램도 마련해 아이와 함께 장을 보는 엄마들의 발길도 잡고 있다. ‘동고동락 프로젝트’는 원주 지역의 동화 작가들이 쓴 동화를 읽을 수 있고 각종 소품을 제작해 선보이는 프로그램이다.

중앙시장은 젊어지는 동시에 ‘스마트’하게 변모 중이다. 12개 업체가 현재 태블릿PC를 이용해 모바일 포스(POS)를 사용하고 있다. 카드결제나 매출입, 고객관리, 전단과 쿠폰 활용 등을 태블릿PC 하나로 간단히 관리할 수 있어 상인들에게도 편리하고 카드결제를 선호하는 손님 유치에도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좁은 점포 때문에 면적을 많이 차지하는 포스기계를 설치하지 못했던 상인들도 반기는 분위기다. 모바일 포스 설치나 사용법 교육은 모두 국비로 지원받기 때문에 부담도 없다. 지난 5월 퓨전선술집 ‘꿈’을 오픈한 이창훈(34) 사장은 “다른 포스에 비해 사용료 부담도 적어서 쓰기 편하다”고 만족스러워했다.

원주시장은 ICT 시장으로도 선정돼 ‘매력 넘치는 우리 시장’ 애플리케이션에서 소개되고 있다. 매번 시장의 다양한 이야기를 전달받을 수 있고, 시장을 찾아가기 전에 앱을 통해 요즘 인기 있는 가게를 미리 체크할 수도 있다. 곽 회장은 “처음에는 전통시장 상인들이 나이가 많으니까 변화를 좀 두려워하기도 했는데 이제는 시장이 젊어지는 것을 적극 반기는 분위기”라며 “물건을 사러 간다는 개념에서 ‘전통시장에 놀러가자’는 개념으로 변화를 추구하는 것이 우리 시장의 가장 큰 매력”이라고 전했다.

최예슬 기자 smar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