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말 우리는 아랍에미리트연합(UAE)에 한국형 APR1400 원전 4기를 수출했다. 최초의 상업용 원자력발전소 수출이었다. 이제 세계는 더욱 놀라운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다. 당초 계획에 따라 지연 없이 건설되는 세계 유일의 원자력발전소가 된 것이다. 프랑스 아레바사가 건설 중인 핀란드 올킬루토 원전은 이미 3년 이상 지연되고 있다.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우리나라의 UAE 원전만 지연이 없다. 이는 꾸준히 원전 건설을 해 옴에 따라서 기술 인력과 기자재 공급망이 건전하기 때문이다. 우리 원자력산업의 또 다른 경쟁력이다.
며칠 전 한국수력원자력주식회사(KHNP)와 UAE 원자력공사(ENEC)가 APR1400 원전 운영 지원에 관한 계약도 체결했다. UAE 원전 4호기 건설을 마친 2020년부터 2030년까지 총 3000명의 운영 인력을 한수원이 공급하는 것이다. 이는 약 1조원에 달하는 우리나라 최대의 인력공급 계약이다. 인력공급은 여러 가지 의미가 있다. 우선 단순 노무인력이 아니다. UAE 규제 기관이 승인하는 면허를 취득한 정예 기술인력이다. 세계는 기술 발전의 부작용으로 고용 없는 성장에 시달리고 있다. 따라서 고급 인력에 대한 일자리 창출은 모든 나라의 국가적 관심사다. 이러한 고급 인력의 일자리가 창출된 것이 첫 번째 의미다.
둘째, 원전 운영지원 계약은 세계적으로도 보기 드문 비즈니스 모델이라는 점이다. 원전은 국가 기간산업이기 때문에 뛰어난 전문성과 기술력을 갖추고 있다고 하더라도 외국인에게 운영 지원을 맡기기가 쉽지 않다. 원전 건설을 진행하면서 쌓은 신뢰와 양국 정부, 특히 양국 정상의 각별한 관심 및 지원이 없었다면 운영 지원 계약은 성사되기 어려웠을 것이다. 이번 계약을 토대로 한수원은 UAE 원자력공사와 협력을 강화하고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동반자적 협력관계를 굳혔다.
셋째, 이들은 파견국의 인력 양성을 위한 멘토가 될 것이다. 원전수출산업은 건설 계획과 건설에 10년 이상이 소요되고, 건설된 원전은 60년 이상 운전된다. 그리고 폐로 및 해체까지 이루어지는 데 100년 이상이 지속되는 사업이다. 우리 인력이 바로 이 사업의 멘토가 되는 것이다. 특히 원자력산업이 타 산업을 선도하는 역할을 고려한다면 그 의미는 가중된다. 원자력 사업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중공업, 국책 건설사업이 수반돼야 하기 때문에 산업 전 부문의 성장을 선도하게 된다.
넷째, UAE에 파견될 인력은 UAE만의 인력이 아니다. 이들은 소위 글로벌 인력으로서 우리 원전이 수출되는 어떤 지역에나 파견될 수 있는 인력을 의미한다. 미국, 유럽 등 원전 선진국의 제1세대 원자력 전문 인력이 고령화됨에 따라 원전 전문 인력의 부족이 예상되고 있다. 이들은 원전 선진국으로도 파견될 수 있을 것이다. 다섯째, 원전 건설 후 운영 지원이라는 것이 하나의 패키지 수출상품으로 구현되었다는 것이다. 원전 신규 도입국의 걱정은 원전이 도입돼도 운영 인력을 확보하기 어렵기 때문에 안전성을 담보하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패키지 상품을 통해 우선 가동한 뒤 시간을 두고 자체 인력을 육성할 수 있는 모델이 되고 있는 것이다.
온실가스 감축 대책이 시급해지면서 전 세계적으로 원전산업은 확대되고 있다. 중국을 비롯해 러시아, 체코, 아프리카, 남미국가에서 신규 원전 건설을 추진하는 등 44개 나라가 210기의 신규 원전 건설을 계획하거나 검토 중이다. 이처럼 확대되는 세계 원전 시장에서 우리나라가 UAE 원전 수주 및 운영 지원 계약을 발판 삼아 더 큰 성과를 거둘 수 있기를 희망한다.
정범진 원자력공학과 경희대 교수
]기고-정범진] UAE 원전 운영지원의 의미
입력 2016-08-01 18: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