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정치인 고이케 유리코(64) 전 방위상이 일본 도쿄도지사 선거에서 승리해 도쿄를 책임지는 첫 여성 도지사로 이름을 올렸다.
NHK방송은 31일 오후 8시 투표 마감 직후 발표한 출구조사 결과에서 고이케 후보의 당선이 확실하다고 보도했다. 오후 6시 기준 투표율은 36.48%로 2014년과 비교해 4.67% 높았다.
선거는 정치자금 유용 의혹으로 마스조에 요이치(67) 전 지사가 사임한 데 따른 것이다. 여성 지사는 일본에서 7번째지만 도쿄도에서는 처음이다. 역대 선거 중 가장 많은 21명이 입후보했지만 일찌감치 고이케와 마스다 히로야(64) 연립여당 후보, 도리고에 순타로(76) 4개 야당(민진·공산·사민·생활당) 단일후보의 삼파전으로 압축됐다.
고이케는 일본 정계 ‘여걸’로 통한다. 그는 효고현 출신으로 간사이가쿠인대 사회학부에 입학했다가 아랍어를 공부하기 위해 이집트 카이로로 유학을 떠나 카이로대학을 졸업하고 방송인으로 활동했다. 정치 입문은 1992년 참의원 선거에 당선되면서부터다. 93년 중의원 선거에 출마한 뒤 8선 의원으로 일본신당, 신진당, 자유당, 보수당을 거쳐 자민당에 둥지를 틀었다.
2002년 고이즈미 준이치로 내각에서 환경상으로, 2007년 아베 신조 1차 내각 때 우리나라의 국방부 장관인 방위상으로 일했다. 여성 방위상은 일본 정치에서 처음이다. 하지만 2012년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포스트 아베’로 불리던 이시바 시게루 지방창생담당상을 지지했다가 비주류로 밀려났다.
이번 선거에선 자민당의 지지를 얻지 못해 무소속으로 출마했다. 아사히신문은 고이케가 여야 대결 구도를 뛰어넘어 폭넓은 지지를 받으며 승리했다고 분석했다. 수도를 책임질 수장을 뽑는 선거에서 무소속 후보에게 패한 아베 정권은 타격이 클 것으로 보인다.
고이케는 환경, 교육 등 생활밀착형 공약을 앞세워 민심을 움직인 것으로 평가된다. 보육 해결사를 자임하며 선거 초반부터 각종 여론조사에서 선두로 치고 나왔다. 야당 단일후보인 도리고에가 여대생 성추문 의혹에 휩싸인 것도 호재가 됐다. 새 도쿄도지사는 부족한 아동 보육시설 확충, 2020년 도쿄올림픽 준비, 지진 대비 방재대책 등의 과제를 안고 집무에 들어간다.
한국에 대해서는 “독도(일본명 다케시마)를 불법 점거하고 있다”거나 “위안부의 강제 연행은 없었다”고 주장해 온 보수적인 인사로 꼽힌다. 또 마스조에 전 지사가 한국과 약속한 제2 한국학교 건설도 백지화될 것으로 보인다.
대표적 친한파(親韓派)였던 마스조에 전 지사는 2014년 한국을 방문해 박근혜 대통령의 협조 요청에 따라 도쿄도 소유 부지를 제2 한국학교 부지로 임대키로 했다. 그러나 고이케를 비롯한 여당 성향 후보들은 선거운동 중 제2 한국학교 부지 임대를 전면 재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미나 이종선 기자 mina@kmib.co.kr
‘아동 보육’ 해결사 자임… 첫 여성 도쿄도지사 탄생
입력 2016-08-01 00:13 수정 2016-08-01 00: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