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당대표를 뽑는 8·9전당대회를 앞두고 당권주자마다 ‘표심 분석’이 치열하다. 가장 이목이 집중되는 부분은 후보 단일화 변수다. 비박(비박근혜)계 후보들의 ‘2차 단일화’가 성사될 경우 파급력은 극대화될 전망이다. 전대에 직접 관여하지 않는 스탠스를 보이고 있는 김무성 전 대표나 서청원 의원 등 계파 최대주주의 막후 역할이 막판 판세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비박 진영에선 내심 4·13총선 패인으로 지목된 ‘친박(친박근혜) 패권주의’에 대한 비판 기류가 거셀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문제는 당원들의 표심이다. 이번 전당대회에선 대의원·당의원과 일반 국민 여론조사를 각각 70%, 30% 비율로 합산, 당락을 결정한다. 새누리당에 따르면 대의원, 책임당원, 일반당원 등으로 구성된 전당대회 선거인단은 모두 34만7500여명이다. 이 가운데 부산·울산·경남 8만4200여명과 대구·경북 7만3200여명 등 영남권 선거인단이 15만7400여명으로 당원 선거인단의 45%를 차지한다.
따라서 박근혜 대통령의 영향력이 막강한 데다 강한 보수 성향을 보이는 영남권에서 득표력을 발휘하지 못하면 당선권에서 멀어질 수 있다. 정병국 주호영 의원의 ‘2차 단일화’ 여부가 주목받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공천 탈락 후 대구 수성을에서 무소속으로 당선된 주 의원이 김용태 의원과 단일화를 이룬 정 의원과 손을 잡을 경우 판세에 결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주 의원 역시 단일화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일각에선 영남권 신공항 건설이 불발된 데 이어 최근 경북 성주에 미국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인 사드(THAAD)를 배치키로 하면서 영남권에서 이전과 같은 ‘친박 쏠림’ 현상을 보이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이번 전대도 계파 대결 구도로 귀결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2년 전 전대에서 맞붙었던 김무성 전 대표와 서청원 의원의 대리전 성격이 짙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김 전 대표는 앞서 “당선되려면 당연히 단일화를 해야 한다”면서 비박 단일화에 힘을 실었고, 서 의원도 친박 의원들과 대규모 회동을 가지며 세를 과시한 바 있다.
이들은 계파 갈등을 증폭시킨다는 비판을 피하려는 듯 전대를 앞두고 여의도를 떠나 있는 일정을 잡고 있다. 김 전 대표는 다음 달 초쯤 배낭을 메고 전국 곳곳을 다니며 민심을 살피기로 했고, 서 의원도 전대 전날까지 강원도 등지에 머무르며 휴식을 취할 예정이다. 당 관계자는 31일 “두 사람이 전면에 나서지는 못하더라도 후보 단일화를 위한 물밑 움직임을 보이거나 직간접적인 지지 의사를 밝힐 경우 판세가 크게 흔들릴 수 있다”고 말했다.
박심(朴心·박근혜 대통령의 의중)의 향방도 주목된다. 박심이 직접 표출될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보이지 않는 박심’을 적극 활용하려는 일부 후보들의 움직임이 가시화될 수 있다.
김경택 기자 ptyx@kmib.co.kr
영남권 당심 잡아야 ‘당권 옥새’ 잡는다
입력 2016-08-01 00: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