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여자대학교가 직장인과 경력단절여성 등에게 학위를 주는 ‘평생교육 단과대학(미래라이프 대학)’ 신설을 추진하면서 학내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재학생과 졸업생 등 200여명은 31일에도 서울 서대문구 대학 본관을 점거한 채 나흘째 농성을 벌였다. 이들은 “‘학위장사’를 중단하라”고 외친다. 점거 농성 과정에서 교수 등 교직원 5명이 46시간 동안 본관에 갇혀 있다 경찰에 의해 구출했다.
이화여대에서 무슨 일이…
학생들은 지난 28일 오후 2시 대학평의원회를 막기 위해 본관 회의실을 찾았다. 이날 평의원회는 교육부의 평생교육 단과대학 지원사업에 따라 신설될 ‘미래라이프 대학’에 대한 학칙개정안을 심의할 예정이었다. 학생들은 평의원회 위원들에게 “미래라이프 대학 설립 계획을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점거 농성에 돌입하고, 교수 등 교직원들이 회의실을 나서지 못하게 막아섰다.
감금된 교직원 5명은 23차례에 걸친 구조요청을 보낸 끝에 46시간 만에 구출됐다. 학교 측은 29일 최경희 총장 명의로 출동요구 공문을 경찰에 보냈다. 최 총장은 30일 오전 11시 경찰에 직접 전화를 걸어 “안에 있는 교직원들을 데리고 나와 달라”고 요청했다. 경찰은 1600명을 투입해 학생들을 한 명씩 끌어내고 교직원들을 구출했다.
학교 측은 교직원들이 화장실에 갈 때도 학생들과 동행해야 했고, 학생들의 ‘방해’로 119구조대가 신고자를 찾지 못하고 돌아가는 등 사실상 감금당했다고 전했다. 반면 학생들은 에어컨과 공기청정기를 틀어줬고, 식사도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메뉴를 먹을 수 있게 하는 등 최대한 배려했다고 주장했다. 학생들은 미래라이프 대학 신설을 철회할 때까지 농성을 이어나갈 방침이다. 여러 문제가 쌓이면서 이번 사태는 쉽사리 잦아들지 않을 전망이다.
‘평생교육’이냐, ‘학위장사’냐
학교 측은 미래라이프 대학이 평생교육의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화여대는 지난달 교육부의 평생교육 단과대학 지원사업에 선정됐다. 실업계 고등학교를 졸업한 고졸 직장인 또는 30세 이상의 무직자에게 4년제 대학 정규 학위를 주는 사업이다. 이화여대는 미래라이프 대학을 신설하고 미디어 콘텐츠를 기획·제작하는 뉴미디어산업 전공, 건강·영양·패션을 다루는 웰니스산업 전공 등을 내년부터 운영할 계획이다. 이화여대 관계자는 “일부 학생들이 이화여대라는 브랜드 가치가 떨어질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는 것 같다”며 “사회에 진출한 여성에게 고등교육 기회를 제공하는 것은 시대 흐름과 건학 이념에 부합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학생 측은 이를 ‘학위장사’로 규정한다. 농성에 참가한 학생들은 31일 성명을 내고 “이미 학교에는 평생교육의 취지에 부합하도록 여성의 재교육을 위해 설립된 평생교육원이 있고, 미래라이프 대학 내 개설 예정인 전공과 동일하거나 유사한 전공 과정 역시 이미 학부 내에 개설돼 있다”며 “이런데도 중복되는 과정을 새로 만드는 것은 학교가 ‘돈을 벌기 위해’ 학위를 판매하는 것과 다름이 없다”고 지적했다.
여기에다 학교의 ‘불통’도 문제가 되고 있다. 학생 측은 “단과대학을 새로 개설하는 중대한 사안에 있어 학내 구성원인 학생들 의견을 한 번도 수렴하지 않았다”며 “오히려 학생들이 교수로부터 ‘4년 후에 졸업하는 학생이 무슨 주인이냐?’는 얘기를 듣기도 했다”고 꼬집었다.
신훈 기자 zorba@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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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봅시다] 대학의 학위장사? 학생들 이기주의?… 평생교육 단과대 갈등
입력 2016-08-01 04:02